금융당국이 공매도 제재를 강화한 이후 약 2개월 동안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사례가 이전보다 약 17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포털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요건을 강화한 지난 9월 25일부터 이달 27일까지 40거래일간 과열종목 적출건수는 105회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으로 2.63건이다. 제도를 처음 시행한 올해 3월 27일부터 지정요건 강화 직전까지 124거래일 적출건수가 19회(일평균 0.15회)에 그쳤던 것에서 17.13배 증가한 수치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앞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일단 남이 가진 주식을 빌려 팔고 실제 주가가 떨어졌을 때 시장에서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해 되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지난해 한미약품 사태로 시장의 인식이 급격히 악화되자 올해 3월부터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가 도입됐고, 이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준을 한층 강화했다.
지정기준을 강화한 뒤 눈에 띄는 변화는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과열종목 적출건수가 크게 늘면서 전체 수치를 끌어 올렸다는 점이다. 과열종목지정기준을 강화하기 전까지 8회(일평균 0.06회)에 불과했던 코스닥시장의 적출건수는 지정기준을 강화한 뒤 95회(일평균 2.38회)로 늘었다. 같은 기간에 해당하는 코스피시장의 11건(일평균 0.09회)과 10건(일평균 0.25회)과 비교하면 극적인 증가폭이다.
공매도 과열종목 적출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것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던 금융당국이 소기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도 평가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서 코스피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빠져 나가는 일이 많았다”며 “기준을 손질하는 과정에서 이를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건수 늘리기’에 급급한 공매도 규제가 오히려 시장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전까지는 문제가 있는 종목을 찍어냈다면, 지금은 문제가 될 가능성만 있어도 짚어내는 식”이라며 “단순히 많이 찾는 것이 아니라 ‘안 좋은 것’을 찾는 게 제도의 목적인 만큼 시장에 대한 순기능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