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유럽연합(이하 EU)이 한국을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국가로 지정한 것에 대해 범정부차원에서 강력히 대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EU 측과 접촉해 경위 파악에 주력하기로 했다.
EU는 5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28개 회원국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한국 등 17개 국가를 비협조적 지역(non-cooperative jurisdiction)으로 확정·발표했다. EU는 우리나라의 경제자유구역, 외국인투자지역 등의 외국인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제도가 유해조세제도(preferential tax regime)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유해조세제도는 저율과세 또는 무과세를 기본으로 △국내와 국제거래에 차별적 조세혜택 제공 △해당 제도의 투명성 부족 △해당 제도에 대한 효과적 정보교환 부족 등 세 가지 중 하나가 충족할 때 지정한다.
우리나라는 2018년까지 EU와 공동으로 현행 제도의 유해성 여부를 분석 후 합의하에 제도개선을 검토하자고 제안했으나 2018년 말까지 개정 또는 폐지를 약속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명단에 포함됐다.
기재부는 이러한 EU의 결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고 국제적 합의에도 어긋나며 조세주권 침해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OECD와 주요 20개국(G20)은 금융·서비스업 등 자본 이동성이 높은 분야로 한정해 우리나라의 외국인투자 지원제도는 유해조세제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EU의 이번 결정은 적용범위를 마음대로 제조업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EU 회원국이 아닌 국가에 EU 자체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조세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해석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기재부는 EU는 투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제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광범위한 조세조약 등을 통해 효과적 정보교환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조세행정에서도 높은 투명성을 보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EU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경위를 파악해서 범정부적으로 대처하겠다”며 “다만, 이번 결정에 따른 제재는 따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