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감세안에 서명하면서 31년 만에 최대 규모 세제개혁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이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거둔 입법 승리다. 감세와 더불어 미국 경제를 가속화할 묘책으로 트럼프가 강조했던 인프라 투자 확대가 내년 승부처가 된다. 트럼프가 새로운 입법 전투에서 승리를 다시 거둘지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주의 자신 소유 호화 리조트 마라라고로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나기에 앞서 감세안에 서명했다. 그는 또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중지)을 막을 내년 1월 19일까지의 단기예산안에도 서명했다.
감세안 서명에도 즉흥적이고 쇼맨십을 좋아하는 트럼프의 특성이 남김없이 발휘됐다는 평가다. 트럼프는 “당초 내년 1월 초에 정식 서명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오전 뉴스에서 트럼프가 크리스마스 전에 서명하겠다는 약속을 지킬지 논하는 것을 들었다”며 “바로 아래층에 전화해 지금 서명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감세안 서명에 앞서 트위터에 “나의 정부는 입법 승인(해리 트루먼의 기록 경신)과 규제 감축, 법원 인수와 군대 구축, 세제 감면과 개혁, 사상 최고 수준인 경제와 증시 등 매우 많은 일을 했다”며 “주류 언론들이 제시하는 정부에 대한 훌륭한 신뢰가 될 것으로 본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감세안에 서명하면서 트럼프는 “로널드 레이건 정부보다 더 큰 규모의 감세를 했다는 점에서 큰 영광”이라며 “감세로 인해 기업들의 막대한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기업들은 와일드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감세안은 내년부터 법인세율을 21%로, 종전보다 14%포인트 인하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방세와 합쳐도 기업들이 부담할 세율은 약 28%로 일본, 독일보다 낮은 수준이다. 개인 소득세 최고 세율도 종전 39.6%에서 37.0%로 낮아진다. 감세 규모는 앞으로 10년간 1조5000억 달러(약 1620조 원)로, 지난 2001년의 조지 W. 부시 감세를 능가하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트럼프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나게 됐다. 그는 내년에는 인프라 투자 확대에 집중하게 된다. 이날 서명식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인프라 법안은 가장 쉬운 것”이라며 “민주당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프라로 취임 첫해를 시작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나는 쉬운 일은 뒤에 남겨놓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CNN은 트럼프의 낙관적인 예상과는 반대로 인프라 투자방안이 내년 의회 관문을 쉽게 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너무 큰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쉽게 대통령의 인프라 계획에 동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는 종종 초당파주의를 언급했지만 실제로 이를 극복한 적은 거의 없다. 앞서 트럼프는 감세안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감세로 재정수입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예산을 어디서 확보할지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다. 그레고리 밸리어 호라이즌인베스트먼츠 수석 투자전략가는 “다음 입법은 어려울 것이다. 아무도 인프라 계획에 얼마나 많은 예산이 필요할지 모른다”며 “내년 1월 예산을 놓고 의회에서 격렬한 정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공화당원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 바로 감세를 얻었기 때문에 트럼프를 계속 지지할지 불확실하다는 점도 문제를 복잡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칸엔터프라이즈인스티튜트(AEI)의 앨런 비어드 연구원은 “감세안이 상원에서 통과되려면 50표만 있으면 됐지만 인프라 지출 법안은 60표가 필요하다”며 “트럼프가 이를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