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가 국내 10대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실태 점검을 실시했다. 특히 이번 점검은 조사 항목을 새롭게 늘리는 등, 정기적 차원이 아닌 금융당국의 점검 강화의지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감원과 금투협은 이달 20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자기자본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방문, ‘리서치 내부통제 및 제도이행 실태 점검’을 실시했다.
눈에 띄는 점은 ‘내부 검수 실시’ 및 ‘심의위원회 운영’의 실태 점검에 처음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금감원과 금투협은 기존 사항인 ‘목표주가 괴리율 고지 여부’, ‘애널리스트 보수산정기준 항목’을 포함해 총 4가지 분야를 집중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검수 실시 여부는 애널리스트가 수시 작성하는 분석 보고서에 활용되는 모든 데이터의 적합성을 검수하는 인력 및 조직을 갖췄는지가 핵심이다. 즉, 보고서에 첨부된 데이터에 대한 팩트를 체크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라는 것으로, 담당 인력은 데이터 출처와 수치 및 계산에 대한 정확성은 물론 해당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까지 확인해야 한다. 보고서가 전 산업 분야에 걸쳐서 작성되는 만큼 이들 인력이 점검해야 하는 내용의 범위도 상당히 방대한 셈이다.
새로운 리서치센터 가이드라인에 따라 증권사들이 설치한 심의위원회도 이번 실태 점검의 주요 대상이다. 심사위원회는 보고서에 명시된 투자의견이 급격히 변동될 경우, 목표 주가가 20% 이상 변경할 경우 리서치센터장, 관련 담당자들을 주축으로 심의위원회를 여는 등, 내부 기준 부합 여부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올해 9월부터 보고서에 의무적으로 목표 주가와 현 주가와의 괴리율을 명시하도록 한 만큼, 각 증권사의 심의위원회 구성과 운영이 실제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감독기관이 직접 확인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석준원 금융감독원 자본시장감독국 금융투자국 팀장은 “이번 점검은 새롭게 추가된 권고사항에 대해 증권사들이 자율적으로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라며 “관행 개선 차원일 뿐, 증권사에 강요나 제재를 가할 목적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사의 반응은 다소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내부 검수의 경우 리서치 보고서가 전 산업을 아우를 정도로 방대하다 보니, 모든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인력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라며 실효성 면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단순 점검이라고는 하지만, 감독기관에서 조사를 하는 자체가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면서 “게다가 최근 들어 금감원의 점검 빈도나 강도가 예전과는 사뭇 달라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