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뛰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WTI 가격은 전일 대비 2.58% 오른 61.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4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3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전일 대비 2% 상승한 67.91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28일 촉발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면서 국제 원유 시장에 공급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 고조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3위 산유국인 이란의 원유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글로벌 공급 과잉이 해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배경에 있다.
이란 제2도시 마슈하드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전국으로 확산했다. 3일에는 시위대에 맞서는 친정부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현재까지 2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450여 명이 체포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원유 공급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라시아그룹의 클리프 쿱찬 회장은 “지금 일어나는 시위는 목표가 분명하지 않고, 핵심 지도자도 없어 2009년 일어난 반정부 시위 규모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쿱찬 회장은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현재 매우 적다”며 “이란이 수출하는 원유 규모는 일일 230만 배럴이고, 이 정도는 매우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다나인사이트의 반다나 하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란 반정부 시위에 시장은 반응했으나 실제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인식이 퍼지자 장 후반에 약간의 매도세가 유입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전역에 확산하는 시위가 나이지리아, 리비아 같은 국가에서 일어나는 지정학적 리스크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나 리비아에서는 반군들이 원유 기반 시설을 직접 겨냥하지만 이란 반정부 시위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관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체결된 이란의 핵 협정을 비판해왔다. 그런 만큼 이란 정부와 반정부 시위대 간 싸움을 트럼프가 부채질해 핵 협정 이전의 대이란 제재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국제 원유 시장에서 이란산 원유가 다시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PBC캐피털마켓츠의 헬리마 크로프트 애널리스트는 “이란은 2009년 반정부 시위 ‘녹색운동’ 이후 최대 분열에 직면했었는데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침묵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트위터를 이용해 시위대를 향해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시위 확산을 의도한 행보로 풀이된다. 3일에도 트럼프는 트위터에 “부패한 이란 정부에 맞서 싸우는 이란 국민이 존경스럽다”며 “적절한 시기에 미국의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는 다음 주 말까지 의회에 이란 핵 합의가 미국의 이해에 들어맞는지 통보해야 한다. 이는 2015년 제정된 이란핵합의재검법(INARA)에 근거한 것으로 대통령은 90일마다 이란의 핵 합의 이행 여부를 보고하게 돼 있다. 작년 10월 트럼프는 이란 핵 합의 준수를 불 인증 한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