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과중한 업무로 제대로 휴가를 쓰지 못하는 직원들을 배려하기 위한 조치가 일선 현장에서는 오히려 불만을 키우고 있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휴가기간을 강제하는 등 지시의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8일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기획재정부 예산실·세제실 직원들이 국별로 모두 휴가를 가는 셧다운(폐쇄)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김 부총리의 지시로 이뤄졌다.
이날 역시 예산실 산하 사회예산심의관 소속 4개과 직원 30여 명이 5일부터 일제히 연차휴가를 냈다. 중간에 낀 주말까지 연속해서 4일을 쉬는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예산실 밑에 있는 복지예산심의관·경제예산심의관 등 ‘국’ 단위 조직이 주별로 연차를 쓴다. 지난달과 이달 국별로 하루씩 셧다운에 나선 세제실에서는 이날 소득법인세정책관과 재산소비세정책관이 단체로 쉬었다.
추가경정예산안과 새해 예산안,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지난해 여름부터 12월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휴가는커녕 주말에도 일한 직원들의 휴식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기재부의 1월은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적은 비수기에 속한다.
하지만 날짜를 강제하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크다. 예산실 A사무관은 “다른 날에 휴가를 가려고 계획까지 다 짜놨는데 날짜를 강제해서 휴가를 가게 해서 못 가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김 부총리는 토요일은 업무관련 전화나 카톡을 금지하고 최근에는 과별로 추가근무 시간을 줄이라는 지시가 내려졌지만 벌써 지키지 못할 지시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여름 김 부총리가 자신의 지시와 어긋나게 휴가기간에 서울청사로 출근해 업무를 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산실 직원들이 예산실을 떠나려는 엑소더스(탈출)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 실·국이나 아예 타 부처로 전출을 요구하는 공무원이 늘고 있는 것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김동연 부총리가 오고 지난해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예산실이 밤샘근무를 하루밖에 안 했다”며 “예산실장 출신이라 개선을 많이 하려고는 하는데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들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