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으로 떠났던 중국 IT 인재들이 고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못지않게 중국의 IT 사업 환경이 매력적으로 발전해서라고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를 졸업한 중국인 왕이(37)는 구글에 취직해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실리콘밸리의 넓은 아파트에서 남 부럽지 않게 살던 그는 2011년 돌연 아내에게 “세계적인 기업에서 단순히 관리 직무만 하는 것이 지루하게 느껴진다”며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고향에서 자기 사업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돌아갈 날을 몇 주 앞두고 부인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캘리포니아의 깨끗한 공기를 뒤로하고 상하이의 스모그를 택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결국 부인도 함께 돌아왔다”고 밝혔다. 중국으로 돌아온 왕이는 영어 교육 애플리케이션(앱) 리우리슈어를 창업했다. 작년 7월 기준으로 리우리슈어는 1억 달러(약 1072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왕이의 사례는 알파벳, 페이스북 등 수많은 실리콘밸리 기업에 몸담은 중국인들의 탈출 러시를 상징한다. 이들을 지칭해 ‘바다거북’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바다거북은 육지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활동하고서 알을 낳을 때가 되면 땅 위로 올라온다. 고국으로 돌아오는 중국인들이 마치 바다거북의 습성과 같다는 의미다. 헤드헌터 기관 스펜서스튜어트의 켄 치 대표는 “중국은 혁신적인 산업 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인재가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아마존 못지않은 중국 IT 기업들의 탄생이 중국인 인재들을 고향으로 이끌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2014년 당시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250억 달러에 기업공개(IPO)를 했다. 세계의 시선이 중국 IT 산업으로 꽂힌 결정적인 계기였다. 현재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7억5100만 명에 달한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중국인들이 귀향하는 요인은 3가지로 요약된다. 무한한 기회, 높은 연봉 상승률, 고향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이 그것이다. 중국이 IT 버블이라고 불릴 만큼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서 미국에 있는 동료를 능가하는 연봉을 중국에서 받을 수 있게 됐다. GGV캐피탈의 한스 퉁 매니저는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한 중국인 엔지니어들은 급성장하는 중국 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구글, 에어비앤비, 우버 등에서 일하는 중국인들이 고국으로 돌아갈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의 사회 진출을 막는 ‘대나무천장’도 실리콘밸리 탈출의 배경이다. 대나무천장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고위직으로 진출할 때 보이지 않는 장벽을 가리키는 말이다. 실리콘밸리 기업에 입사해도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데는 대나무천장이 작용해 박탈감을 느끼는 아시아인들이 많다.
중국 충칭에서 나고 자란 중국인 양 슈이는 미국 시애틀 레이몬드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 엔지니어로 취직해 꿈을 이뤘다. 그러나 슈이는 시애틀의 삶에 적응하지 못했다. 충칭시 인구의 40분에 1에 불과한 시애틀에서 생활하며 외로움 느끼던 슈이는 최근 중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거대한 톱니바퀴의 하나로 일하면서 나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며 “중국에 있는 내 친구들은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와 급성장하는 경제를 몸소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슈이는 “비록 스모그 때문에 수명이 10년 짧아지더라도 중국에서 사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