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상감청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청자(靑瓷)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상감에 대해 아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은 것 같다. 주변의 학생들로부터 바른 답을 들은 경우가 거의 없다.
상감은 ‘象嵌’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코끼리 상’, ‘산골짜기 감’이라고 훈독한다. 그런데 象은 자주 ‘像(형상 상)’과 통가(通假)하는 글자이므로 여기서는 ‘형상’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嵌’은 깊은 산골짜기를 나타내는 글자인데 깊은 산골짜기는 마치 동굴 속 같으므로 나중에는 동굴, 구멍이라는 뜻으로도 사용하게 되었으며, 여기서 더 진화하여 구멍 혹은 어떤 틈 안에 뭔가를 새겨 넣거나 박아 넣는 행위를 뜻하는 글자로 쓰이게 되었다. 장식무늬 따위를 박아 넣는다는 의미의 ‘감입(嵌入)’이라는 말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따라서 상감청자는 어떤 형상, 즉 무늬를 감입하여 장식한 푸른 색 자기라는 뜻이다. 상감을 ‘相嵌’ 혹은 ‘廂嵌’으로 쓴 경우도 있는데 이는 ‘相(서로 상, 형상 상)’이 像과 흔하게 통가하는 글자이기 때문이며, ‘廂(행랑 상)’ 또한 ‘像’과 발음이 같기 때문에 통가한 글자이다. 순 우리말로는 ‘꽂을땜’, ‘봉박이’ 등으로 표현한다고 하나 ‘봉박이’의 ‘봉’ 또한 한자 ‘棒(막대기 봉)’이 아닌가 한다.
象嵌이나 像嵌이라는 말은 조선 정조 시대 무렵에야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정조 이전의 문헌 중에는 세종실록에 ‘廂嵌’이라는 용어가 한 번 보이는 외에 다른 용례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양감(양嵌)’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다. 양을 오늘날 한국에서는 ‘양’으로 읽지만 중국어 발음은 象, 像, 相, 廂, 양 모두 모두 [샹:xiang]이다. 세종 때 사용한 ‘廂’은 중국의 ‘양’에 대한 가차(假借)로 보인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象嵌은 아무래도 일본으로부터 들어온 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