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금융계열사들이 대주주 관련 기업에 신용공여를 약정한 금액이 과도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롯데캐피탈이 실행한 신용공여액은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제한 수준을 넘어서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26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롯데카드는 기업구매카드 약정 형식으로 대주주 관계회사 등에 제공한 신용공여금액이 1조7085억 원으로 자기자본(연결기준 2조1697억 원)의 78.74%에 달했다. 롯데캐피탈도 그룹 계열사에 지원한 신용공여금액이 6421억 원으로 자기자본(1조936억 원)의 58.71%로 나타났다.
신용공여금액은 해당 기업이 필요할 때 언제든 자금을 쓸 수 있는 대출 한도를 말한다.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이 약정한 신용공여금액은 2016년 9월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의 규제 범위를 넘어선 수준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여신금융사들이 기업의 사금고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자기자본의 50% 미만’으로 제한했다.
또 여신금융회사가 일정금액 이상의 신용공여금액을 약정할 때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대출 한도를 부여한 이후에는 기업들이 마음대로 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과도한 신용공여는 리스크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계열 금융회사의 신용공여 비율은 다른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삼성카드의 신용공여금액은 자기자본의 42.64%(자기자본 6조7869억 원), 현대카드는 1.4%(자기자본 2조8503억 원)다. 현대캐피탈 2975억 원(자기자본 3조9991억 원), 효성캐피탈 23억 원(자기자본 4018억 원) 규모다.
특히 롯데캐피탈은 실제 그룹 계열사들이 자금을 사용한 신용공여잔액(대출실행액) 규모가 5491억 원(2017년 3분기 기준)으로 자기자본의 50.21%에 해당한다. 롯데캐피탈의 신용공여잔액은 2015년 롯데그룹이 인수한 롯데렌탈에 대한 신용공여액이 늘면서 크게 증가했다. 2014년 말 3320억 원에서 2015년말 4103억 원, 2016년 1분기 5098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액 비율은 2016년 2분기 61.5%를 기록한 바 있다. 여전법 개정 이후 점차 줄고 있으나 여전히 50%를 넘나들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여전법 적용이 실제 대출이 실행된 금액을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한도가 큰 부분을 제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여전법 개정 당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3년간 유예기간을 줘 법을 위반한 상황은 아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신금융사들이 신용공여액 비율을 요건에 맞게 관리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기업구매카드 등은 사용액을 사전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며 “대출 한도를 넘거나 제한 비율을 초과하는 일이 없도록 내부 절차에 따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