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여의도로 가는 출근길, 지하철에선 나와 같은 수많은 회사원들을 마추진다. 그들도 평일의 일상은, 정신없으면서도 부담감과 외로움으로 가득 찬 나날일 것이다. 지하철의 인파를 보며, ‘나만 그런 건 아닐 거야’ 하고 매일 스스로를 위안한다.
‘삼십대’라는 나이는 무언가 책임감이 더해지는 나이 같다. 그것이 일이든, 사람이든, 사랑이든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 간다는 이유로 더욱 힘들어지는 느낌이다. 더구나 한층 치열해지는 경쟁과 삶 속에서, 내 한 몫을 다하고 사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세상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가끔은 우울함에 가만 있다가도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오늘 우울했는데 생각해 보니 어제도 우울했네’, 이 생각에 다시 또 우울한 적도 있다.
그럴 땐 작은 행복도 큰 위안이 되곤 한다. 상대의 작은 마음 씀씀이가 버겁고 울적한 일상에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우울함과 걱정 속에 도착한 회사에서, 그래도 날 미소 짓게 하는 건 미세먼지에 좋다며 옆자리 동생이 슬며시 내 자리에 건넨 녹차 한잔이다. 이런 소소한 기쁨으로 하루가 즐겁다. 소소한 행복들이 오늘을 이겨내고, 내일을 버텨낼 원동력을 주는 것 같다. 반복되는 일상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건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남몰래 우울해하고 있을지도 모를 옆 동료에게 따뜻한 녹차 한잔을 건내며 미소 지어 주면, 이 추운 겨울도 견딜 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