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인 A 실장은 휴대전화 두 대를 갖고 있다. 그중 업무용으로 지급받은 한 대는 1년이 넘도록 사무실 서랍에 넣어둔 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도·감청을 통해 개인적인 행적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가 정보 보안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공무원 업무용 휴대전화(보안폰)가 공무원들로부터 외면받으면서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국가정보원 주도로 보안 강화 차원에서 2014년부터 각 부처 장·차관, 실·국장 등 고위 공무원에게 스마트폰 ‘보안폰’을 지급하고 있다.
이투데이가 29일 기획재정부에 정보 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까지 기획재정부 업무폰(보안폰) 관련 예산은 매년 4320만 원이 책정됐다. 기획재정부에서만 4년간 1억7000만 원가량이 투입된 셈이다.
보안폰 지급 대상인 고위 공직자 수가 지난해 9월 30일 전 부처 기준 1495명임을 감안할 때 제도 도입 이후 지금까지 지원된 금액만도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중앙부처 소속 A 실장은 “개인 휴대전화가 있는데 굳이 업무폰까지 두 대를 들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사생활이 노출될까 봐 업무폰에는 앱도 깔지 않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정부는 업무폰 지급 규모와 기종은 외부로 알려질 경우 자칫 국가안전보장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업무폰의 사용 목적은 주요 정책 결정을 담당하는 고위 공무원들의 업무 관련 국가기밀 등 통화 내용 보호와 해킹 방지 기술 지원 등을 위한 것”이라며 “누구에게 어떤 기종을 지급했는지 공개할 경우, 도청·해킹 시도가 발생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매년 혈세가 낭비되고 있지만, 업무폰 소관 부처는 명확하지 않다.
업무폰과 관련해 각 부처는 국정원에서 총괄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지만, 정작 국정원은 각 부처에서 관리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정보 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은 공무원 업무폰과 관련해 “국정원이 주도해 업무폰을 배포하고, 배포받은 폰의 요금을 기본 최소 요금제로 통신비 지원만 하고 있다”며 “별도 예산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