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IT 대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일본 열도에서 진검승부를 벌인다. 메시징 앱 서비스 회사 라인(LINE)으로 일본 시장을 선점한 네이버가 사업 확장에 나서는 가운데 카카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 라인은 일본에서 금융지주회사 ‘라인그룹’을 설립했다. 라인은 일본과 아시아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가상화폐 거래와 보험 사업을 확대하고자 금융지주사를 설립했다고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에 따르면 라인은 아시아 주요 시장에서 금융 사업 진출과 확대를 위해 일본 당국에 라인그룹의 설립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이미 일본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 개설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홍콩, 룩셈부르크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보험사업은 수수료가 높은 일본에서 재판매에 주력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도 고려 중이다.
라인의 무기는 일본과 태국 등 아시아 주요국의 사용자 1억6800만 명이다.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나이와 계층도 다양하다. 라인은 폭넓은 이용자를 기반으로 금융서비스를 키워갈 계획이다. 전자결제 서비스인 ‘라인페이’도 이미 자리를 잡았다. 전 세계적으로 4000만 명이 라인페이를 이용한다.
라인이 일본 시장을 선점하며 아시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입지를 굳힌 가운데 카카오가 공격적인 일본 진출로 반격에 나섰다. 한국 양대 IT 기업이 일본에서 라이벌 전선을 구축하는 셈이다.
박성훈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일본에서 게임 및 음악 스트리밍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CSO는 “2018년에는 일본 투자에 주력하겠다”라면서 “사업 강화를 위한 콘텐츠 회사 출자 및 인수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웹툰 앱 ‘픽코마’로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픽코마는 지난해 3분기(7~9월)에 약 6억 엔(약 5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5분짜리 광고 영상을 시청하면 앱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해 이용자가 돈을 내지 않고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구조로 인기를 끌었다.
다만 경쟁사인 라인의 만화 및 음악 부문 매출액 41억 엔과는 6배 이상 차이가 난다. 박 CSO는 “한국에서 다진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해 일본에서 매출을 2년 안에 3배 올리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일본에서는 매년 약 100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나고 있다”면서 “한 해 30만 명이 태어나는 한국보다 모바일 콘텐츠 분야의 장래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금융 부문에서는 카카오가 라인보다 ‘선배’이다. 카카오는 이미 카카오뱅크 등 금융서비스업에 진출해 국내에서 열풍을 일으켰다. 메시징 앱과 콘텐츠 사업을 중심으로 광고료에 수익을 의존해왔던 라인이 금융서비스 강화로 맞대응하는 양상이다.
국내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와 일본 시장을 선점한 라인 중 누가 향후 아시아의 일인자가 될지도 관심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가진 카카오가 해외 진출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가 카카오의 성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