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CEO들의 선언…“사회문제 해결, 우리에게 맡겨라”

입력 2018-02-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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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시스템 개혁·공립학교 혁신·미래형 교통 네트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 벗고 나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AP뉴시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AP뉴시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와 버크셔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등 미국 기업계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 3명이 이번 주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팽창하는 의료비와 복잡한 보험체계 등 미국의 잘못 돼가는 의료 시스템 개혁을 위해 공동으로 직원들을 위한 보험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들처럼 최근 미국 기업 CEO들이 정부보다 잘못된 공공정책 등 사회적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는지 오랜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시험에 착수했다고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버핏은 성명에서 “팽창하는 의료비용은 미국 경제에 있어 굶주린 기생충과 같다”며 “우리가 이 문제에 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방관할 수만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듀크대학 푸쿠아 경영대학원(MBA)의 아론 차터르지 교수는 “기업들이 커다란 사회적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이전보다 훨씬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아마존과 버크셔, JP모건 등 각자의 산업을 대표하는 리더들은 헬스케어가 그들이 직면한 가장 큰 이슈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CEO들의 희박한 윤리의식이 문제가 된 사례는 많다. 웰스파고와 이퀴팩스, 우버 등 많은 기업이 사회문제를 일으켜 소비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일으켰다. 반대로 수십 년간 기업이 도덕적 판단의 선봉에 선 경우도 많다. 제너럴모터스(GM)와 펩시는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철수했다. 애플과 디즈니, 제록스 등은 동성연애 커플에게 의료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기업 CEO들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여름 샬러츠빌 사태가 일어나자 수일 만에 대기업 CEO들이 일제히 인종차별주의와 부적절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통령의 비즈니스 자문위원회도 해산됐다.

CEO들은 인디애나와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등에서 트랜스젠더와 동성연애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에 항의하기 위해 같이 일어섰다. 지난해 트럼프의 반(反) 이민정책에 구글 공동설립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시위대에 합류하기도 했다.

워싱턴대 로스쿨의 캐슬린 클락 교수는 “현재 정치 리더십의 부족으로 공백이 생겼다”며 “다행히 일부 기업 지도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 연구소 뉴아메리카의 리 드루츠먼 연구원은 “많은 기업 리더들이 자신의 사업에 다소 공적인 임무도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해 NYT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예전보다 덜 작동하고 있다”며 “우리가 나서면 사업은 물론 사회의 다른 모든 영역에서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단지 사심을 채우고자 정부에 로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민정책과 기후변화, 동성애자 권리 등 언뜻 수익과 관련이 없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뉴저지 뉴워크 공립학교 혁신에 막대한 돈을 기부하고 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미국 도시들을 연결하는 미래 지향적인 초고속 교통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CEO들의 이런 노력이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기업은 공공정책 개선보다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터르지 교수는 “CEO들이 오만한 것이 아니다”라며 “그들이 실제로 더 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익을 추구하는 동기가 효율과 혁신으로 이어진다”며 “비영리 단체 운영도 자본주의 경제 논리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아마존 등이 더 나은 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 판별하기에는 최소 수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들이 성공하더라도 보상은 이들 3개 업체 직원들에게만 국한될 수 있다. 여전히 이들이 민간 부문에서 가장 대담한 노력을 펼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NYT는 풀이했다. 다이먼 CEO는 “우리는 특별한 자원을 갖고 있다”며 “직원과 가족 잠재적으로는 모든 미국인에게 이익이 되는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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