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민간인으로 구성된 댓글 부대인 '외곽 팀'을 운영하며 정치 및 선거에 불법으로 관여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관련자를 추가로 재판에 넘기고 수사를 갈무리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26일 외곽 팀을 관리했던 국정원 심리전단 팀장 등 직원 3명과 민간인 외곽 팀장 5명 등 총 11명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이로써 검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관련자 30명을 재판에 넘기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해당 검찰 수사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수사 의뢰로 시작됐다. 적폐청산 TF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외곽 팀을 동원해 정치 및 선거에 불법 개입했다며 지난해 8월과 9월 외곽 팀장 김모 씨 등 48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국정원 수사팀의 최종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2월 국정원장에 취임한 원세훈(67) 전 원장은 국내 현안에 대응하는 역량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심리전단 조직을 확대하고 외곽 팀을 운영했다. 원 전 원장은 정권에 반대하는 인사·세력을 ‘종북 세력’으로 규정하고 외곽 팀으로 하여금 ‘종북 세력 비판’, ‘국정홍보 강화’ 활동을 하게 했다. 이어 국정원 퇴직자 단체인 양지회 회원과 이명박(77) 전 대통령 팬클럽 관계자 등 정치적 편향성이 짙은 보수ㆍ우파 논객을 외곽 팀장으로 영입했다.
외곽 팀은 주요 인터넷 포털, 트위터 등 SNS, 소규모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등 다양한 사이버 공간에 글을 올리고 찬반 클릭 활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곽 팀은 매월 정기적으로 실적을 점검 받았고 국정원은 결과에 따라 활동비를 지급했다.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퇴출되기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원 전 원장 산하 국정원이 불법으로 여론을 장악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심리전단의 ‘젊은 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 보고 문건에는 "2010년 지방 선거에서 2030 세대 상당수가 야당을 지지해 2012년 대선의 핵심 변수로 등장했다"라는 분석 아래 대응 방안이 적혀 있었다. 게임, 웹툰 등 젊은 층의 인기 공간에서 정책 홍보를 강화해 국정 이해도를 높이는 등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검찰은 2012년 5월 열린 원 전 원장 주재 전부서장회의에서 "국정원의 사이버 대응 활동으로 좌파 일색의 여론지형이 변화하고 있다"라는 내용이 보고된 사실을 확인했다.
국정원 수사팀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원 전 국정원장과 이종명(60) 전 국정원 3차장 등 외곽 팀 운영에 관여한 국정원 지휘부 4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외곽 팀의 온ㆍ오프라인 불법 정치 활동비 명목으로 63억여 원을 지급해 국고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 20일까지 원 전 원장 등 지휘부와 공모해 정치 및 선거에 불법으로 관여한 민간인 외곽 팀장과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등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또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ㆍ정치 관여 사건 공판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위증한 혐의로 국정원 직원 5명도 기소했다.
국정원 수사팀은 ”국정원 예산 63억 원을 외곽팀 지원에 사용하는 등 국민 혈세를 불법 지출했다"며 "이를 규명하고 원세훈 전 원장의 재산을 추징ㆍ보전조치해 혈세 낭비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