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수익구조 실태조사’에 불편한 기업들
재벌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에는 ‘지주회사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자산규모 5000억 원 이상 국내 지주사 62곳이 대상이다. 5000억 원 미만이지만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지주사 7곳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공정위의 정책추진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정위는 지주사가 총수 일가의 사익을 늘리고 지배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오는 8월까지 지주사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위는 최근 지주사의 수익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지주사 및 자회사, 손자회사 현황 △최근 5년간 지주사의 매출 유형 △지주사와 자회사 간 거래 현황 등의 자료를 제출하라고 주요 지주사에 요청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5000억 원 이상이면서 이 회사가 소유한 자회사 주식 가격의 합계가 자산총액의 50% 이상이면 지주사다. 이에 따라 그룹 지주사인 SK, LG, GS 등을 포함해 지주사의 요건을 갖춘 삼성바이오로직스, SK이노베이션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조사가 개별 회사에 대한 제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주사로의 경제력 집중을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기업의 자발적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공정위의 움직임에 재계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애초 공정위는 미국 발 통상 압박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속도를 조절할 방침이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기업들의 눈치를 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업들의 불만이 폭증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공정위가 다시 칼을 빼들면서 재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기업 관계자는 “공정위가 기업들의 어려운 상황을 잘 알고 있어 당분간 압박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었다”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조사를 한다고 하니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계 소식에 정통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은 이미 비공식적으로 공정위를 찾아 지배구조 개편안 등을 제출했다”며 “이번 실태조사는 기존 공정위의 개혁 기조를 유지한다는 정도의 제스처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