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둘러싼 대외무역 환경이 예사롭지 않게 급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이어 호주도 수입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에서 면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한국은 면제 대상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은 글로벌 무역 전쟁 기조 속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정부의 모든 가용 채널을 활용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며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발송했으며 다음 주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한미 통상현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트 대통령은 8일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이달 23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미국의 철강 관세 조치에 대해 각국은 무역 보복 대신 대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실제 호주가 관세 면제 대상국에 포함된 것은 전 방위 로비를 펼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정부는 미국이 우려하는 중국산 철강 우회 수출 등을 반박할 객관적인 자료를 갖고 설득에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국내정치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했기 때문에 설득이 통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또 올해 1월 세탁기·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의 철회와 피해 보상 요청을 결국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1월 24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양자협의를 요청, 세이프가드가 WTO 관련 협정에 합치하지 않는 과도한 조치라는 점을 지적하고 조치의 완화·철회를 요청했다. 또 WTO 세이프가드 협정 8.1조를 근거로 세이프가드로 인해 국내 업계에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요청했지만 소득이 없었던 셈이다.
WTO 분쟁해결 절차를 추진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WTO 제소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오래 걸리는 데다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실상 강제 수단이 될 수 없어 한계가 있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의 세이프가드 등에 대해 WTO에 11번 제소해 8번 승소했지만, 미국에서 실질적으로 얻어낸 것은 거의 없다. 미국은 2002년 철강 세이프가드 때도 피해국들에 보상하지 않았다.
일본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출범한 가운데 한국만 다자 무역체제에서 뒤처진 것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날 김 부총리는 “올해 상반기 중 CPTPP 가입 여부에 대한 관계부처 간의 합의를 도출하고 필요하다면 바로 통상절차법상 국내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CPTPP 가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견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