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주택시장에 규제 가하는 정부

입력 2018-03-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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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대출기준 적용되면 부동산 돈 줄 꽁꽁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항상 그랬다. 경기 흐름 상 침체 국면일 때 국가 정책도 과도한 규제책 일색이다. 시장 분위기가 안 좋은 쪽으로 흐르면 이를 방비하는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데 실상은 거꾸로다. 가만히 있어도 풀이 줄을 판인데 정부가 더 힘을 못 쓰게 하는 모양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정부가 미리 대비하지 않아서 그렇다. 상태가 심각해야 부랴부랴 대책을 세운다. 이쯤 되면 병세가 너무 깊어 웬만한 처방으로 치료가 안 된다. 결국 부작용을 유발하는 독한 약을 쓸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른다. 이상기류가 나타날 때 방비를 했더라면 잘 해결될 사안을 이렇게 어렵게 만드는 게 정부다. 정부 무능력이 시장을 초토화시켜 많은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식으로 마무리된다.

주택시장도 마찬가지다. 3년 전부터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음이 나왔다. 분양가 급등·공급 과잉·가계 부채 급증 등의 문제가 곳곳에서 지적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가만히 있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주택업체들의 분양가 올리기 경쟁을 유발해 기존 집값도 덩달아 치솟게 만들었다. 이는 신규 아파트 분양 활기로 이어져 공급 과잉 사태를 맞게 했다. 이 와중에서 주택업체들은 엄청난 돈을 벌었으나 집을 산 사람 중에는 손해를 본 경우도 적지 않다. 이게 무슨 정책이냐 말이다.

이제 시장은 과열 거품이 꺼지면서 위축 국면으로 치닫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마련한 강도 높은 규제들이 속속 시행에 들어간다. 죽어가는 시장을 더 짓밟아 받아 놓는 격이다.

오는 26일부터는 시장을 더 얼어붙게 할 대출 억제책이 시행에 들어간다.

수익 대비 전체 부채 상환능력을 따져 대출금을 정하는 이른바 총체적 상환 능력 비율(DSR)과 대출금 상환 여부를 묻는 임대업 이자 상환 비율(RTI)을 고려해 돈을 빌려준다는 얘기다. 이는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돈이 많은 사람은 걱정할 일이 아니지만 일반 서민이나 자영업자에게는 치명적인 내용이다. 사정이 급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면 망하라는 소리나 다를 게 없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도 그렇다. 언제는 돈 걱정 말라고 해 놓고 이제 와서는 대출이 불가능하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는 원성이 높다.

경기를 과도하게 띄워놓을 때는 언제고 이제는 침체시키겠다고 나오니 국민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사안도 진작 손을 봤어야 했다. 800조 원이 넘을 때부터 상승 폭이 너무 가파르다는 경고등이 켜졌는데도 정부는 가만히 있었다. 은행들은 돈을 빌려 가라고 광고를 할 정도였다. 이런 판에 가계부채가 늘지 않는 것은 비정상이다. 지금은 1000조 원이 넘었다고 하니 걱정이다.

그래서 대출을 강제로 줄이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앞으로는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신규 대출을 받을 때 전체 대출액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합산한 후 연 소득과 비교해 대출 한도를 정한다. 아직 DSR 비율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재보다 대출액이 대거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상가와 같은 부동산 임대업도 RTI 기준에 따라 대출금이 정해진다. 상가의 경우 연간 임대 수익이 대출금 이자의 150% 이상이어야 신규 대출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수익률이 낮은 상가는 대출이 줄어든다는 소리다. 위례·동탄 2 신도시와 같이 대규모 상가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지역은 대출이 생각만큼 안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주택임대업 대출도 신 지침이 적용된다. 다만 RTI 비율이 상가보다 낮은 125% 이상이지만 여전히 대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월세는 그럭저럭 기준을 맞출 수 있으나 전세는 전환 이율이 낮아 쉽지 않을 것 같다. 더욱이 요즘 입주를 맞고 있는 수도권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전·월세 수요마저 급감해 관련자들의 한숨이 깊어질 듯싶다.

여기다가 대출 이율까지 높아지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기존 대출자도 그렇고 신규로 은행 돈을 빌려야 하는 사람은 이중고를 겪어야 할 판이다.

이미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침체 상황이다. 버블이 꺼지면서 급격히 위축되는 양상이다. 신규 아파트 입주율도 50%대에 불과한 단지가 적지 않고 매매가가 분양가 이하로 떨어진 곳도 흔하다.

여기에 각종 규제가 억누르고 있어 시장은 더욱 침체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부양을 해서 선순환 국면으로 유도해도 모자랄 판에 강도 높은 규제가 속속 시행 단계여서 주택시장 예후는 매우 불길하다.

이로 인해 집을 사라는 정부를 믿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오히려 큰 손실을 입게 될 입장이다.

이는 업계 위주의 정책을 펴는 바람에 생긴 부작용이다. 제발 업계보다 일반 개인을 중시하는 정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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