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의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가 무산될 전망이다.
아람코의 IPO가 이르면 올 하반기나 내년 초 사우디 증시에서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19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했다. 사실상 아람코는 해외 거래소 상장 계획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에 따르면 아람코는 사우디 증권 시장인 타다울 거래소에서만 IPO를 실시할 계획이다. 해외 거래소 상장 여부는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판단할 계획이지만 애초보다 훨씬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아람코의 IPO는 최대 1000억 달러(약 107조4000억 원) 규모로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관측됐다. 런던, 뉴욕 등 세계적인 증권거래소들이 아람코 유치에 치열한 경쟁을 벌인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아람코 유치전에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1월 아시아 순방길서 느닷없이 트위터로 “사우디가 아람코 IPO를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함께한다면 매우 감사할 것“이라며 ”미국에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보다 앞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아람코의 런던 증시 유치를 위해 로비를 벌였다.
그러나 사우디 당국은 아람코의 해외 거래소 상장이 초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해외 상장과 관련한 법적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상장할 경우 9.11테러와 관련한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팔리 장관은 “이 같은 위험에 아람코를 노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런던이나 뉴욕으로 가는 문을 닫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신중하게 국내에서 먼저 상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유가 반등도 대규모 IPO에 대한 필요성을 낮췄다. 아람코를 IPO 한다는 계획은 저유가가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IPO를 언급했던 2016년 초에 유가는 배럴당 30달러 이하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후 유가가 반등하면서 최근 브렌트유의 경우 배럴당 65달러를 웃돌고 있다.
한편 살만 왕세자는 20일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한다. 사우디 당국자들이 방미 중에 IPO와 관련한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4월 IPO에 관한 확실한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했다.
팔리 장관은 “현재 확실한 점은 타다울 거래소에서 아람코 IPO를 한다는 점”이라며 “아람코가 타다울 거래소에서 IPO를 하면 자본시장에 큰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