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논현동 이디야커피 본사에 있는 이디야 매장 1층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 음악 소리에 따라 2층으로 올라가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연주에 집중하고 있다. 공연은 물론 무료다. 이디야커피가 운영하는 문화복합공간 이디야 커피랩 이야기다. 커피랩은 기존의 커피연구소에서 문화공연과 포럼 등을 개최하는 공간으로 그 역할이 커졌다.
이디야 커피랩을 담당하는 정환국 대외협력부장은 “커피연구소는 2010년부터 운영해 왔지만 국내 대표 브랜드로서 퀄리티 높은 매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커피랩이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미국 스타벅스 리저브 1호점을 다녀온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의 결심이 한몫했다. 정 부장은 “회장님이 시애틀에 다녀온 뒤 ‘우리도 해보자’라는 말이 나왔다”며 “단지 커피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즐거움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은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들을 고객 앞에 선보여 많은 여행객들의 관광 코스로 꼽히고 있으며 브랜드 이미지에까지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디야 역시 커피랩을 통해 커피업계의 랜드마크를 꿈꾸고 있다.
1~2층 약 500평 규모로 최대 500여 명까지 수용 가능한 커피랩은 그 안에서 진행되는 공연 행사를 컬처랩이라 부르며 신진 문화예술인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컬처스페이스’, ‘컬처홀’, ‘컬처스테이지’ 등을 만들었다. 2층에 마련된 컬처스테이지는 약 60명 수용 가능하며 주로 음악공연이 열린다. 1층 컬처스페이스는 약 30명이 들어갈 수 있으며 소규모 영화 상영회와 포럼, 강연장으로 활용된다. 지하 컬처홀은 최대 200명까지 수용할 수 있어 콘서트와 공연, 전시 등을 위한 장비가 준비돼 있다.
무대와 지원이 부족한 신진 예술인들은 이곳을 무료로 이용하며 기회를 얻고 있다. 정 부장은 “컬처랩의 기본 원칙은 신진 아티스트의 지원이다. 커피랩이 전문 공연장 수준은 아니더라도 조명이나 음향은 공연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기 때문에 고마워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컬처랩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어차피 카페를 찾을 수요가 있는데 무료 문화 감상의 기회까지 덤으로 주어지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이디야 측이 고객이 확보된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고객 증정 선물을 준비하거나 사전 홍보물을 제공하기도 하니 감사할 따름이다. “문창기 회장도 열 번 중 대여섯 번은 보러 온다”고 정 부장이 귀띔했다.
운영 초반에는 ‘고객들이 커피를 마시면서 연주를 잘 봐줄까?’ 하는 걱정을 했던 컬처랩이지만 이제는 이름 있는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문의해 올 정도란다. 정 부장은 “신진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무대를 구성해야 한다”면서 “무료 대관이기 때문에 사업적인 행사 요청의 경우 가능한 한 지양하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컬처랩의 장점 중 하나는 문화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객들은 밴드 공연을 듣기도 하지만 때로는 퓨전 국악도 경험하게 된다. 최근에는 전문 지식 포럼을 열어 활동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그는 “최근 오픈형 지식공유가 유행인 만큼 트렌드에 반응하는 커피업계로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장은 “작년까지는 신청자에게 장소를 빌려주는 정도였다면 올해부터는 기념일마다 행사를 기획해 고객들로 하여금 특정 일에 공연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