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 논란과 관련, 산업재해 입증과 관련 없는 민감한 생산 공정 정보를 공개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개 대상을 해당 근로자로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5일 '안전보건자료 공개에 대한 경영계 입장' 자료를 통해 "기업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은 최소한 보호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총은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의 내용 중 유해인자 노출 수준 정보가 근로자의 질병에 대한 업무 연관성을 규명하는 데 필요한 자료이므로 해당 근로자에게는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전보건자료 제공 요청자의 범위를 산재를 신청한 근로자 또는 그 유족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미다. 제3자 제공에는 반대한다는 얘기다.
안전보건자료 제공 요청 사유도 근로자 자신의 질병과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기 위한 경우로만 한정해야 한다고 경총은 밝혔다.
특히 경총은 "안전보건자료 내용 중 생산시설 구조, 장비 배치, 화학제품명과 같은 정보는 산재 입증과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경쟁사에서 생산 노하우를 추정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이므로 공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 핵심기술로 보호받고 있으며 △중국과 기술 격차가 초고집적 반도체 기술(2∼3년)을 제외하고 대부분 1∼2년으로 단축된 상황에서 관련 정보가 유출되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경총은 "산업기술보호법에서 지정한 국가 핵심 기술을 보유한 사업장의 안전보건자료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외에도 공정안전보고서,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안전보건진단보고서 등 광범위한 안전보건자료의 제공을 명시하는 여러 건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예를 들어 현직 의원인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2016년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고용부가 안전보건자료를 30년간 보존하고, 본인이 작업 중이거나 작업했던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자료 제공을 누구나 고용부에 청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총은 "이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과 관련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가중될 것이 우려된다"면서 "안전보건자료 제공 요청자 및 요청 사유 제한, 기업 경영기밀 공개 제외와 함께 안전보건자료를 산재 입증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을 금지하고 제3자 등 외부 유출 시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총은 또 외국에서도 기업이 작성한 안전보건자료 자체를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입법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유럽 화학물질청의 경우 홈페이지를 통해 개별 유해화학물질의 유해·위험성 정보만을 공개하고 있다. 특히 사업주(화학물질 제조·수입자) 정보와 해당 기업에서 취급하는 화학제품명을 연계해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기업의 제품 모방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
경총은 "사전에 모든 안전보건자료를 제출받아 공개하는 방식보다는, 근로자 건강장해 발생 등 필요 시 사업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도록 개정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