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는 클럽을 운반하고 조언하는 등 플레이어의 경기를 보좌하는 사람이다. 프로골퍼의 골프백을 메는 사람은 전문 캐디다. 이 때문에 캐디의 능력에 따라 선수의 성적이 크게 좌우되기도 한다. 프로캐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전적인 의미보다 하는 일이 매우 복잡하고 많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우리 선수들은 대부분 외국인 남자 캐디를 쓴다.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에 집중하고 있을까. 또한 선수를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특히, 팬들은 ‘두 사람의 언어가 다를 텐데 어떻게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질까’ 하는 것이 가장 궁금할 터. 경기 중에 닥칠 매번 다른 상황에서 선수와 캐디가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정확한 공략법을 찾아낼까.
뛰어난 캐디들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캐디는 ‘슈퍼스타’ 박성현(25·KEB하나금융그룹)의 데이비드 존스(아일랜드)와 ‘무서운 루키’ 고진영(23·하이트)의 딘 허든(호주)이다.
고진영과 국내 대회부터 호흡을 맞추고 있는 허든은 26년차 베테랑이다. 허든은 이전에 신지애(30·스리본드)의 캐디였다. 일본에서도 캐디 생활을 했던 허든은 타이거 우즈(43·미국)의 캐디였던 스티브 윌리엄스(미국)에게서 큰 도움을 받았다. 허든은 고진영의 LPGA투어 일정을 짜고, 여러 가지 질문에 보다 정확한 대답을 하기 위해 늘 연구하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어떤 경기를 플레이하는 게 좋을까요?”, “내 게임에 맞는 골프 코스는 어디인가요?” 하고 고진영이 묻는다면 허든에게서 돌아올 답은 무엇일까.
언어는 골프 코스에서 둘의 의사소통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한국 선수와 외국인 캐디가 잘 어울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에 이질적인 두 사람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의외로 간단하다. 골프 경기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보편적인 편이라는 것. 영어를 30% 또는 40% 정도만 이해를 해도 골프에서 쓰는 언어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이 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얘기다.
언어뿐 아니라 낯선 환경은 선수만큼이나 캐디도 곤란을 겪는 부분이다. 허든은 “문화 및 언어적인 차이와 대립해야 하는 외국 생활이 무척 힘들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캐디를 맡아서 할 선수들과 기본적인 여러 장벽을 없애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노력했는데, 그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토로했다.
이는 존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LPGA투어 롤렉스 올해의 선수상과 신인상, 상금왕을 수상한 박성현과 함께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존스도 한국으로 옮겨와 비슷한 상황에 부딪혔다. 박성현을 만나기 전에 전인지(24·KB금융그룹)의 캐디를 먼저 했다. 동료들은 존스가 한국에서 캐디를 하는 것에 대해 극구 만류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캐디는 처음이었던 존스는 먼저 경험한 허든이 최고의 스승이었다. 존스는 허든에게서 선수를 대하는 방법부터 인천 공항, 골프장, 숙소까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모든 것을 배웠다.
이는 박성현도 마찬가지다. LPGA투어는 극히 낯설었다. 가족과 친구들이 주는 그런 친숙함,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LPGA투어 선수들과의 경쟁은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이국땅에서 박성현은 존스와의 만남이 큰 행운이었다. 이미 KLPGA와 LPGA투어를 경험한 존스와 여러 가지 면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경기에 대해 박성현과 존스는 자주 문자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이것이 잘 맞아떨어진 것일까. 박성현은 지난해 루키 시절에 낸시 로페즈(미국) 이후 39년 만에 3관왕의 대기록을 달성했고, ‘루키’ 고진영은 1951년 베벌리 핸슨(미국) 이후 67년 만에 데뷔전에서 우승하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캐디가 새삼 달리 보인다. golfahn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