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경협’ 물꼬 트이면 한반도 넘어 東北亞에 새 경제기회 열려
정치논리 휘둘린 ‘개성공단 폐쇄’ 반면교사…‘민간중심 로드맵’을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2000년, 2007년에 이어 세 번째 이뤄지는 정상회담이지만 북한 최고지도자가 6·25 전쟁 이후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이어서 의미가 더욱 깊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해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 지속 가능한 남북 관계 발전 등을 담은 4·27 남북 공동선언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쉬운 대목은 남북경제협력이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에 오르지 못한 점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까지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미국의 의지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로 남북 경협이 주요 의제에서 빠진 것이다. 비록 남북 공동선언서에 남북 경협 내용을 담진 않았지만 두 정상은 남북 경협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와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남북 교류 협력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도 비핵화 카드를 먼저 꺼내 들었던 만큼 경제적 이익을 최대한 이끌어낼 것으로 보여 성공적 회담이 기대된다.
이날 일정 중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오찬 후 함께 판문점 MDL 인근에서 공동 기념식수 행사를 한다. 이는 이번 회담의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결과 분단의 상징이던 MDL 위에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심을 예정”이라고 밝혀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했다.
식수목이 ‘1953년생 소나무’인 건 한반도 종전 선언의 첫걸음을 의미한다. 식수 장소가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회회장이 소떼를 몰고 북한으로 갔던 ‘소떼 길’ 군사분계선이어서 남북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남북의 의지가 더욱 잘 드러난다.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사용하고 김 위원장은 한강수를, 문 대통령은 대동강 물을 붓는 의미는 남북이 공동으로 경제번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과거 ‘퍼주기 식’ 남북 경제협력이 아닌 함께 가꾸어 나갈 경제적 협력의 파트너로 인식의 전환을 이룬 것이다. 더는 남북 경협을 과거 방식대로 재개하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도 엿볼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진다면 남북 경협문제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정부 관련 부처는 물밑 작업에 들어갔고 재계는 조용히 남북 경협 재개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남북 경협의 물꼬를 터 준다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전체에 경제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정상회담 후 남북 경협이 빠른 속도로 이뤄진다면 기존의 정부 주도 남북 경협이 아니라 민간 주도 남북 경협이 이뤄져야 한다는 재계의 목소리가 크다. 그동안 정부 주도의 남북 경협이 한순간 휴짓조각으로 돼 참여 기업이 큰 낭패를 본 점을 고려해 정상회담 후 철저한 준비로 민간 중심의 남북 경협이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