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맞아 미국과 유럽 등 세계가 수출입 물류 관문인 항만의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경우 칭다오항과 셔먼항에 이어 완전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상해 양산항 4단계 터미널을 지난해 말 가동했다.
반면 부산항과 인천항 등 우리나라 항만 터미널은 아직 반자동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정부가 밀어붙인 중국과 달리 사회적 논의와 노사 합의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17일 방문한 양산항의 근로자 수는 자동화 이전 1000여명에서 자동화 이후 300여명으로 무려 70%가 감축됐다. 이에 우리 정부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항만 자동화와 일자리 문제라는 반비례적 현안을 풀기 위해 고심 중이다.
선봉에 선 임현철 해수부 항만국장은 “과거 머스크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한진해운이 파산한 것과, 스마트항만 도입이 늦어져 중국에 견학을 가는 현실이 해수부 역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두 가지”라고 토로했다.
임 국장은 “항만 자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서도 “항운노조는 끝까지 함께 가야 한다. 노조의 입장을 좀 더 배려해야 한다”고 균형을 잡았다.
해수부는 노사정 상설협의체를 구성해 공론화 작업을 거쳐 항만 자동화 계획과 일자리 로드맵을 함께 만든다는 계획이다. 우선 정부와 노사, 업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과업 지시서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공동용역은 한 달 내 발주할 방침이다.
임 국장은 “항만 자동화라는 것은 해운물류 경쟁력 강화 측면도 있지만 새로운 시장”이라며 “자동화 터미널 시장이 연평균 25% 성장한다. 그래서 지금 싱가포르도 그렇고 전 세계적으로 자동화 바람이 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해운, 조선, 정보통신기술(ICT)이 센 우리가 여기서 처지면 안 된다”면서 “하드웨어도 기술력 가진 한국 업체들이 있는데 내수 시장이 없고 정부가 뒷받침도 제대로 못해서 주춤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어 “서호전기, 싸이버로지텍 등 항만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있는 기업도 있다”며 “일자리 문제도 있지만 이런 소프트웨어 잠재력이 있는 기업들이 있어서, 업체가 협력하고 내수 시장을 만들어주면 앞으로 열리는 전 세계 자동화 항만 시장도 개척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마트항만 테스트베드와 관련해서는 “실용화로 가는 게 아니고 축소된 모형으로 서호전기와 기술을 개발했다”며 “자동화 연구를 끝냈고, 350억 원을 들여서 광양항 컨테이너 부두 현장에 가서 실험해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국장은 “(테스트베드)실험을 끝낸 다음에 부산신항이나 인천신항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간이 없기 때문에 부산신항과 인천신항은 실전용으로, 테스트베트는 테스트베드로 투트랙으로 간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