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꽃과 식물로 실내 공기를 바꿔보자

입력 2018-05-2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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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안타깝게도 언제부터인가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일상이 됐다. 날로 심각해지는 미세먼지가 삶의 질을 크게 위협하면서 사람들은 경기 불황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보다 미세먼지를 더 불안한 요소로 생각하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세계 108개국 도시에서 대기오염 수치를 측정한 결과, 전 세계 인구 10명 중 9명이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는 가히 충격적이다.

대기오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많은 이들이 꽃을 포함한 ‘식물’의 정화능력에 집중하고 있다. 산림청 연구 결과에 따르면 1ha의 숲은 연간 미세먼지 46kg을 포함한 168kg의 대기오염 물질을 흡수한다. 경유차 1대의 연간 미세먼지 배출량이 33.6g인 데 비해 나무 한 그루가 1년에 35.7g의 미세먼지를 흡수한다는 것은 주목할 점이다.

2014년 이탈리아 밀라노에는 세계 최초로 주거 공간과 숲을 융합한 아파트 2개 동의 ‘수직 숲’이 조성됐다. 이 아파트 400가구의 테라스에는 울창한 정원이 조성됐고, 그 덕분에 상암월드컵경기장 1.3배(1ha) 규모의 숲과 맞먹는 공기 정화 효과를 얻고 있다.

수직 숲은 로잔·타이베이·토론토 등 여러 도시로 확산됐으며, 대기오염이 심각한 중국 난징에서는 거대한 수직 숲 도시를 2020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서는 이끼가 미세먼지를 빨아들여 양분으로 쓴다는 연구에 착안해 도심 속 공기 정화를 위해 주거 밀집 지역에 ‘친환경 이끼 벽‘을 설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연 생태 보호 및 공기 정화를 위해 도시 숲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집과 학교, 사무실 등 실내에서 보내는 현대인들에게는 실외뿐 아니라 실내 공기의 질 또한 매우 중요하다. 최근 어린이집이나 양로원 등에 공기청정기를 보급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면서 공기 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방법은 바로 공기 정화 식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식물은 잎을 통해 공기 내 오염물질을 제거할 뿐 아니라 향기, 음이온, 수분, 피톤치드 등을 배출하며 공기를 정화하는 천연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 실제로 최근 농촌진흥청이 진행한 연구에서 산호수와 벵갈고무나무만을 들여놓은 빈 방에 미세먼지를 투입하고 4시간 뒤 측정한 결과, 초미세먼지가 최대 70% 줄어든 바 있다.

정부는 이와 같은 식물의 공기 정화 능력을 널리 알리고자 다양한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사무실 책상 하나에 화분 하나씩을 키우자는 ‘1table 1flower’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가정과 사무실의 책상 위에 놓인 한 송이 꽃을 통해 일상 속 스트레스를 줄이고 미세먼지도 저감하는 효과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농촌진흥청도 실내 환경조건에서 잘 자라고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적인 산호수, 벵갈고무나무, 관음죽 등 10여 가지 공기 정화 식물을 선정해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스트레스와 미세먼지에 지친 현대인에겐 ‘쉼표’가 필요하다. 나를 위해, 또 아끼는 사람을 위해 화분을 선물해보자. 천연 공기청정기인 꽃과 나무가 답답한 일상 속의 작은 쉼표가 돼 하루의 피로와 미세먼지를 모두 날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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