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이틀째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 등에 철강관련 관세부과조치를 단행한 여파에 상승 출발했지만 곧장 삼성 관련 블록딜 물량이 쏟아지며 하락반전했다. 다만 오늘밤 미국 고용지표 발표가 예정되면서 추가하락은 막혔다.
전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 1조4000억원 정도를 불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중 60% 이상을 외국인이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와 관련한 매수물량이 외환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미국 연준(Fed) 금리인상, 신흥국 통화위기, 이탈리아발 유로존 불안, 북미정상회담 등 대내외적으로 상반된 재료가 원화 변동성을 줄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박스권 인식이 공고해지면서 상하단에서 매물 압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다음주 원·달러는 하락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고용지표 결과에 영향을 받겠지만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공고한 박스권은 북미정상회담과 14일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결정 후에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역외환율은 상승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079.2/1079.4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2.7원 올랐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15.95포인트(0.66%) 오른 2438.96을, 코스닥은 3.56포인트(0.40%) 상승한 883.22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2355억7700만원어치를, 코스닥시장에서 556억3100만원어치를 각각 매수했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전달 있었던 삼성 관련 블록딜 물량이 실제 오늘 실행되면서 원·달러가 하락반전했다”며 “장중 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들어 5월말까지 종가 평균치가 1072.4원이다. 연말종가 1070.5원 대비 불과 2원 변동한 것이다. 이렇게 움직이지 않는 장은 처음본다. 대외 금리나 북미정상회담, 신흥국 통화위기, 이탈리아발 유로존 불안 등이 과거 같으면 역외를 움직였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1070원대 중후반에선 수출업체 매도가 1060원대 후반에서는 수입업체 결제가 계속되고 있다. 12일 북미정상회담과 14일 FOMC가 지나야 이같은 양상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다른 은행권 외환딜러는 “미국 관세부과로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감에 원·달러는 상승출발했다. 다만 장초반 주식관련 물량이 급격히 쏟아지면서 레벨을 낮췄다. 그 후로는 오늘밤으로 예정된 미국 고용지표 경계감에 큰 변동성 없이 박스권 흐름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다음주는 미 고용지표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 다만 지표가 좋았을때보다는 좋지 않았을 때 충격이 더 클 것 같다”며 “내주 후반에는 북미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원화강세 압력을 좀 더 받을 듯 싶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기대감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예측했다.
오후 3시45분 현재 달러·엔은 0.57엔(0.52%) 오른 109.21엔을, 유로·달러는 0.0009달러(0.08%) 오른 1.1679달러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