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 등 이동통신사들이 국내 인공지능(AI) 기술을 선도하면서 AI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초창기 AI 기술은 단어 형태의 짧은 언어를 인식해 음악을 틀어주거나 날씨를 알려주는 게 전부였지만, 이통사들이 경쟁에 본격 가세하면서 목소리로 사람을 구별해 맞춤형 반응을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16년 9월 AI스피커 ‘누구(NU-GU)’를 출시하면서 국내 시장에 첫 AI 플랫폼을 도입했다. 이 회사는 현재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 IPTV(인터넷TV) 셋톱박스 등과 ‘누구’를 연계해 서비스하고 있다. 음악검색, 날씨, 길 찾기에서 시작해 지난해부터는 피자와 치킨 배달 서비스는 물론 하나은행과의 협력으로 금융 서비스까지 제공 중이다.
얼마 전부터는 집 안 공기질 등 실내 환경 데이터를 알려주는 환경 정보 서비스를 시작했다. 누구와 TV를 연동한 뒤 TV를 켜고 관리 화면에 들어가면 별도 센서로 수집한 집 안 공기질을 ‘좋음’, ‘보통’, ‘나쁨’ 등 3단계로 보여준다. 가정 내 전기 소모량도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최근에는 누구에 홀로그램을 결합해 가상 AI 아바타와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SK텔레콤은 누구를 통해 매달 400만 명으로부터 1억 건이 넘는 대화량 데이터를 축적했다. 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추후 신규 서비스에 적용할 계획이다. 200여 명 규모의 AI유닛·리서치센터 인력도 대거 늘릴 방침이며, 특히 리서치센터 인력은 연내 2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카이스트(KAIST), 서울대학교 등 국내 주요 대학원 연구실을 찾아 수차례 채용설명회를 진행했다.
KT는 지난해 1월 AI셋톱박스 ‘기가지니’를 공개한 뒤 같은 해 11월 LTE 에그 기능(휴대성)과 AI 기능을 결합한 ‘기가지니 LTE’를 출시했다. SK텔레콤보다 4개월가량 늦었지만 IPTV와 결합해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빠르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출시한 기가지니는 출시 15개월 만에 가입자 80만 명을 돌파하면서 가입자 기준으로 1위다. KT는 그동안 아파트에 집중됐던 AI 서비스를 자동차, 호텔 등 다양한 생활 공간으로 확대해 올해 가입자 150만 명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KT는 또 어린이 콘텐츠 확보에 집중할 방침이며, 당장 이달에는 목소리로 결제하는 ‘생체인증(FIDO)’을 출시하는 등 가입자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
연내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집이나 사무실의 기가지니로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는 ‘커넥티드카’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커넥티드카는 집에서 음성으로 차량 상태 확인은 물론 시동 걸기, 히터·에어컨 켜기, 도어락 및 비상등 제어가 가능한 서비스다. 앞으로 자동차에서 가정의 전등을 켜고 끄는 등 홈 IoT(사물인터넷) 기기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다음 달에는 국내 특급호텔과 제휴를 맺고 AI를 바탕으로 호텔 안내, 객실 서비스, IoT 제어, 다국어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AI컨시어지’ 서비스를 출시한다.
AI 음성인식 기술 고도화에도 역량을 모은다. 여러 사람이 말해도 호출한 사람의 목소리만 식별할 수 있는 AI 기술을 개발해 올 하반기 적용하기로 했다. 다음 달에는 국내 최초 AI스피커 기반 원거리 목소리 생체인증 기술을 적용해 목소리 결제 기능을 추가한다. KT는 AI테크센터 등 관련 부서 인력이 180여 명인데 해외 로드쇼를 열어 딥러닝 등 AI 핵심 분야 전문가도 채용하는 등 지속적으로 인력을 확충한다.
지난해 12월 시장에 뛰어든 LG유플러스는 네이버의 AI 서비스 ‘클로바’를 ‘U+우리집 AI’에 탑재했으며 지난달 말 가입자 200만 명을 넘어섰다. 현재 시장 1위인 홈 IoT 사업과 연계해 고객 유치에 나서는 등 SK텔레콤과 KT를 빠르게 뒤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