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2020년 1만원’ 슬그머니 접히나

입력 2018-06-0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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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부총리 이어 국책기관 KDI도 ‘최저임금 속도 조절’

강경 정책기조 ‘출구’ 필요한 청와대에 ‘명분 제공’ 관측도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결의 표명 및 최저임금1만원 즉시 실현 촉구 최저임금연대-양대노총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결의 표명 및 최저임금1만원 즉시 실현 촉구 최저임금연대-양대노총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국책연구기관의 ‘맏형’ 격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가세로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놓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참모진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KDI의 이번 발표는 그 무게감부터 남다르다.

그동안 김 부총리와 청와대 간 입장차는 명확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인상 속도의 조절이 필요하다는 김 부총리에 대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은 ‘시기상조’라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KDI는 김 부총리의 손을 들어줬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나타나지 않았다면서도, 내년부터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인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인상 속도 조절은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의 사실상 폐기를 의미한다.

일각에선 KDI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 퇴로를 열어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일정 부분 인지하고 있었지만, 공약 이행에 대한 압박감과 그동안 유지해온 강경 일변도의 정책기조 탓에 정책 방향을 돌리는 데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최고 권위의 국책연인 KDI의 발표는 무엇보다 좋은 명분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KDI가 단순히 대국민 홍보용으로 보고서를 내진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며 “최저임금 속도 조절이 굉장히 예민한 문제가 된 상황에서 현실적인 방향을 제시했다고 보는 게 옳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가 이 문제에서 발을 빼려면 모든 명분이 총동원돼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KDI가 임무를 맡은 것 같다”며 “또 김동연 부총리에 힘을 싫어주겠다는 의지도 내포돼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KDI의 이번 보고서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도 공식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외부 보고서는 노사 합의를 거쳐 검토자료로 오르는데,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포함된 이번 보고서는 희귀 자료로서 가치가 높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모두 27명으로 구성돼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시한은 법적으로 이제 한 달가량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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