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월드컵 개최를 통해 벌어들일 기대 수익이 준비에 들어가는 기회비용을 압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큰 수익을 예상하는 쪽은 건설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단기적으로는 경제 성장에, 장기적으로는 인프라 개선이라는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에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해서 벌어들일 돈으로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WEF는 이는 착각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정부 지출 증가가 GDP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런 지출이 포괄적인 성장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 월드컵은 경기장 건설 비용이 많이 들고 고가의 토지를 매입해야 하며 사후 유지관리에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야 한다. WEF는 경기 유치가 가져다줄 수익이 이런 모든 지출을 상쇄하는 ‘파레토 최적’이 늘 반드시 일어나리란 보장은 없다고 꼬집었다.
유지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경기장 등 월드컵 인프라는 ‘하얀 코끼리’가 될 수밖에 없다. ‘하얀 코끼리’는 막대한 돈이 들었지만 쓸모가 없어서 애물단지가 된 투자를 뜻한다. 대표적 사례가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을 앞두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구 스타디움을 지었으나 현재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브라질은 월드컵 개최에 약 114억 달러(약 12조 원) 정도를 지출했지만 기대 수익은 30억~130억 달러 정도에 불과해 공평하고 합리적인 투자로 보기 힘들다고 WEF는 꼬집었다.
오히려 관광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WEF는 기존 인기 명소에서 관광객을 밀어내는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며 대형 스포츠 이벤트로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실제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WEF 분석에 따르면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2 런던 올림픽 기간 관광객 수는 오히려 줄었다. 연평균 방문자 수 약 600만 명을 자랑하는 영국 대영박물관은 올림픽 기간 방문자 수가 22% 감소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에도 애초 약 45만 명이 현지를 방문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로는 예상치의 3분의 2 정도만 찾았다.
물론 월드컵 유치 자체가 전부 무의미하지는 않다. 골드만삭스는 단기적으로 월드컵 주최국과 우승국 모두 증시가 호황을 맞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1984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수익 측면에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런던 올림픽도 52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은 외교정책의 연장선으로 스포츠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건설·일반 투자와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해 2023년까지 약 308억 달러(약 33조823억 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