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기간 아무래도 주변 사람들에 대한 최대 관심은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였다. 대부분 자신의 의견을 적극 피력했지만, 유독 젊은 사람들은 선거 자체에 회의를 느끼거나 투표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PK(부산·울산·경남)와 TK(대구·경북) 지역은 선거 관련 얘기에 피곤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쪽 지역은 원래 ‘보수 텃밭’이지 않느냐” 하는 질문에 불쾌감을 나타낸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이러한 반응은 공통으로 한데 모였다. “나 혼자 먹고살기도 바쁘다”는 것이다.
“혼자서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투표냐”는 말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나중에는 질문하기도 미안해졌다. 누가 이들을 ‘쿨병(쿨한 척하는 행동)’에 걸리게 했을까.
학생 시절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의 촛불이 꺼질 때부터 세월호, 탄핵을 지나 현재의 국회 공전까지 젊은 세대들에게 정치는 그야말로 좌절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인 마틴 샐리그먼이 1967년 개를 대상으로 한 고전적인 실험은 환경을 통제할 수 없을 때 그 결과로 어떤 시도를 포기하는 것을 학습하게 한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꿈쩍도 하지 않는 ‘불통’ 정치에 대한 무기력과 피로감으로 인해 통제 불가능한 ‘나라’ 살리기를 포기하고, 통제 가능한 ‘나’ 살리기에 머물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무슨 짓을 해도 정치는 바뀌지 않는다. 그대로 굴러갈 뿐이다’는 ‘학습된 무기력’이 오늘날 젊은이들을 이렇게 만들지 않았는지 정치권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야권이 지방선거 참패 수습에 골몰한 탓에 ‘국회 표류’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선거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이뤄진 만큼 어느 때보다 민심에 부응하는 성과를 내야 할 시기다. 국회는 조속히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