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사회’ 선두주자 스웨덴의 명암은?

입력 2018-06-2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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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없어도 소비생활 가능…디지털 결제 낯선 노년층 문제 등은 과제

▲스웨덴 민간은행이 공동개발한 송금서비스 ‘스위시’를 이용해 결제하는 모습. 사진제공=스위시
▲스웨덴 민간은행이 공동개발한 송금서비스 ‘스위시’를 이용해 결제하는 모습. 사진제공=스위시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현금 없는 사회’로 나아가는 국가들에도 명암이 존재한다. IT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에서 현금이 사라지는 가운데 이를 선도하는 스웨덴의 명암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현지시간) 짚었다.

스웨덴은 선진국 중 처음으로 중앙은행이 디지털 통화 실험을 추진하는 등 현금 없는 사회로의 변화에 앞서 있는 국가다. 스웨덴 국민의 생활에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스위시’가 깊게 자리 잡았다. 스위시는 2012년 스웨덴 민간 은행이 공동 개발한 송금서비스이다. 휴대전화 번호와 은행 ID만 있으면 수수료 없이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한 달 동안 스위시를 이용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2014년 10%였으나 올해에는 62%로 늘었다. 반면 현금을 이용했다는 응답자는 87%에서 61%로 줄었다. 스위시는 지난해 8월 사용자가 약 600만 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현금을 쓰지 않아 아예 지갑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할 정도다. 스웨덴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스는 시내 중심가에 현금 없는 매장을 운영한다. 무인 단말기에서 햄버거를 주문하고 결제를 마친 후 영수증을 가지고 유인 카운터에서 음식을 받는 방식이다. 기기로는 현금 결제를 할 수 없다. 일부 식당은 ‘현금 거절. 지불은 카드 또는 스위시로’라고 써놓기도 한다. 이 식당에 줄을 서 있던 한 남성은 “평소 지갑 없이 신용카드를 넣을 수 있는 케이스만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스톡홀름 중앙역 근처에서 30년 이상 버스킹을 했던 거리 음악가는 몇 년 전부터 현금을 갖고 다니는 사람이 줄면서 수입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스위시 송금 번호를 내걸기 시작하면서 다시 수입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은행 지점과 ATM 수를 줄여 효율성을 높이고 도난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이유로 현금 없는 사회로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한다. 스웨덴 왕립 공과대학의 연구원은 2023년이면 스웨덴이 완전한 현금 없는 사회에 돌입할 것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디지털 결제는 도농 간, 연령 간 격차가 크다는 점이 과제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현금 거래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48%가 긍정적, 27%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그러나 지방에서는 부정적인 응답이 35%로 긍정적이라는 답변 33%를 근소하게 넘었다. 특히 노년층에서는 디지털 결제에 익숙하지 않아 급속한 사회변화에 당황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스테반 잉베스 스웨덴 중앙은행 총재는 3월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현금 없는 사회로의 구조 변화는 본질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사회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결제 시장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 속도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급격한 무(無) 현금화에 경종을 울렸다.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 ‘e크로나’ 도입을 검토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스위시 등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안전망을 중앙은행이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모텐 브릭스 산업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현금 거래 비용을 낮추고 안전한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무현금화가 중요하다”면서도 “고령자나 디지털화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스웨덴이 현금 없는 사회의 그림자에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일본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참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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