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명장을 찾아서] 정성휘 근대골목단팥빵 대표 “프랜차이즈 만들면 관광상품 아니죠”

입력 2018-07-1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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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브랜드를 프랜차이즈로 운영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프랜차이즈가 되는 순간 더 이상 관광상품이 아니기 때문이죠.”

대구에 가면 ‘3대 유명 빵집’이 있다. 관광객이 대구에 방문하면 반드시 거쳐야 할 이른바 ‘빵지순례(빵+성지순례)’의 주인공들이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정보 사이트 ‘대한민국 구석구석’에는 60년 역사의 삼송빵집, 고로케 전문점 반월당고로케, 근대골목단팥빵 등 3곳이 소개되는데, 그중에서도 앤티크한 콘셉트로 발길을 끄는 곳이 바로 ‘근대골목단팥빵’이다.

근대골목단팥빵을 운영하는 정성휘 홍두당 대표는 단팥빵을 만들기 이전에 분식 프랜차이즈와 레스토랑 등을 운영했지만 가맹사업의 어려움 등으로 사업을 접었다. 정 대표는 “남아 있는 하나가 카페 형태의 사업이었는데, 사이드 메뉴로 여름엔 팥빙수, 겨울에는 단팥죽을 팔다가 수제 단팥빵도 만들자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고객들이 커피보다 단팥빵을 더 찾는 데 힘입어 지금의 브랜드를 만들게 됐다.

당시 대구시는 여러 골목투어를 토대로 한 관광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정 대표는 “7개의 골목투어 코스 중에 입지 조건이 그리 좋지 않은 곳에 본점이 자리 잡았지만 그곳이 관광코스로 뜨면서 사람들이 점차 몰려들었다”며 “마침 먹거리 코스를 구상하던 대구시가 유명 빵집들이 관광 코스에 몰려 있는 것을 보고 ‘빵지순례 코스’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빵지순례는 근대골목단팥빵을 포함한 5개의 빵 브랜드를 방문해 도장을 찍으면 소정의 선물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돼 관광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자연스럽게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은 근대골목단팥빵은 2015년 3월 롯데백화점 대구점에 1호점을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인천공항 터미널 등 전국 16개 매장으로 확대됐다.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인 지난해 매출도 100억 원을 돌파했다. 특이한 점은 16개 지점이 모두 직영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섣부른 가맹사업이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지양하겠다는 초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프랜차이즈를 하는 순간 더 이상 관광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16개 매장에서 더 늘릴 계획이 없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대신 올 3월 론칭한 근대골목도나스를 프랜차이즈로 운영할 방침이다. 정 대표는 “단팥빵에 대한 가맹 제안이 너무 많았다”면서 “전부 거절하는 대신에 기존의 인기 제품 6개와 도넛을 더해 간단히 즐길 수 있는 베이커리 카페 스타일의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다”고 했다. 현재 2개의 직영점이 있는 근대골목도나스는 가맹 사업을 준비 중이다.

주변의 인기 빵집들이 가맹점을 내고 백화점 같은 유통채널에 입점하는 동안 정 대표는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준비했다. 대구를 찾는 관광객은 한정돼 있으니 본점에서 직접 배송을 시작한 것이다. 그 덕분에 온라인으로만 한 달 약 4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정 대표는 O2O 서비스를 더 확대하기 위해 홈페이지 리뉴얼 작업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근대골목단팥빵에서 판매되는 빵을 ‘옛날빵’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부모님 세대가 학창시절 먹던 간식빵으로, 레시피 자체가 전부 그 당시 레시피”라며 “기계가 하는 일은 팥과 밀가루 반죽을 돌려주는 것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손으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빵은 어른들에겐 추억과 향수를 선사하고 젊은 세대에겐 새로움을 주게 된 것이다.

사업을 하는 동안 정 대표에게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인건비였다. 수제 빵을 만들다 보면 인력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처음엔 너무 힘들었다. 밑지는 장사가 아닌가 걱정도 했다”면서도 “공장에서 직접 빵을 만드는 70대 장인들을 보면서 실버세대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역할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중소벤처기업부와 대구시 등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 공장엔 제빵 직원 중 70대가 3명이나 있을 정도로 정년이 없다. 정 대표는 이들을 ‘장인’이라고 부르며 신뢰하고 있다.

정 대표는 “앞으로 단팥빵 매장은 줄이는 대신 ‘대구빵’이 될 수 있도록 지역 특화된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며 “도나스 매장의 경우 가맹사업을 하되 점주가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한편 해외 관광객들이 찾는 K베이커리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휘 홍두당 대표가 4일 서울 용산역 근대골목단팥빵 매장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정성휘 홍두당 대표가 4일 서울 용산역 근대골목단팥빵 매장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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