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한 프렌치 레스토랑에서는 스테이크나 파스타를 식권 기계로 주문한다.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 같은 메인요리가 1500엔(약 1만5000원),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를 합쳐도 3000엔을 넘지 않는다. 발권과 동시에 주방에 주문이 들어가고 음식이 나오면 고객이 받아오는 셀프서비스 덕분이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평일 점심시간에도 자리가 꽉 차고 주말이면 가족 단위 고객이 줄을 선다.
‘와인 뷔페’에서는 290엔에 30분 동안 매장에 늘어선 100여 개의 포도주 통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원하는 만큼 따라 마실 수 있다.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 즐길 수 있는 바도 등장했다.
셀프서비스를 도입해 인건비를 낮춘 게 비결이다. 프렌치 레스토랑의 경우 식권 기계 등을 도입해 인건비 비중을 매출의 20% 이하로 낮췄다. 와인 바는 원래 직원이 6명이었으나 셀프 형식으로 매장을 바꾸며 직원 수를 3~4명으로 줄였다. 주문은 화이트보드에 적어서 받아 효율성을 높였다.
외식 산업은 매출에서 원재료와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분야다. 업계에 따르면 매출 중 인건비 비율이 25% 내외이며 원재료비가 약 30%를 차지한다.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인건비와 재료비의 합이 총 매출의 60% 이하로 유지돼야 한다.
문제는 인건비와 재료비가 계속 상승한다는 점이다. 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상장 기업에서도 올해 1분기 판관비 비율이 1~2%포인트 올랐다. 아베 신조 정부의 압박과 고용난으로 인해 임금은 높아지는 추세다. 현재 일본의 최저임금은 전국 평균 848엔, 가장 높은 도쿄는 958엔이다. 아베 신조 정부는 연 3% 인상과 전국 평균 1000엔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식당이 가격을 올리거나 재료를 아껴 음식의 질이 떨어지면 고객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외식업계의 위기다.
셀프서비스는 질적 하락 없이 식당이 생존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해법이다. 닛케이는 서비스가 가게의 평가 기준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지만 인건비 폭등이 그치지 않는 가운데 운영과 이익을 위해 요리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득이 되지 않는다며 셀프서비스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식당은 인건비를 절약하는 대신 좋은 재료를 사용해 가성비를 추구하는 고객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셀프 형식에 재미를 느끼는 젊은 층의 호감도 얻는다. 입소문은 덤이다.
다만 고급 요리에는 양질의 서비스가 동반돼야 한다는 반발도 있다. 매장 규모가 커질수록 고객의 동선을 정하기도 어렵다. 닛케이는 요리나 서비스의 질과 비용, 직원 수, 단가 등 외식업자가 풀어야 할 퍼즐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