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5만원권)이 양지로 나오고 있다. 그동안 비자금으로, 뇌물로, 세금탈루로 악용될 우려가 컸던 5만원권이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누적환수율은 48%를 돌파해 역대최대치를 경신했고, 반기 기준 환수율도 75%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보였기 때문이다. 화폐발행잔액에서 차지하는 5만원권 비중도 사상 처음으로 81%를 돌파했다.
환수율이란 시중에 풀린 발행액 대비 한은에 돌아온 환수액 비율을 의미한다. 환수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돈의 회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환수율이 낮다는 것은 돈이 지하경제로 흘러들어가는 등 요인에 따라 회전율이 떨어졌음을 뜻한다.
이는 우선 2014년 하반기 이후 5만원권 공급이 늘었고, 민간 수요가 어느 정도 충족하면서 공급 부족을 우려한 가수요가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5년부터 한은이 만원권 제조화폐 배정시 5만원권 입금실적을 반영하는 조치를 취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6월 현재 만원권의 누적환수율은 98.79%를 기록 중이다. 2015년 이후 98%선을 유지하고 있다. 5만원권 누적환수율이 더 늘어날 여지가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한은 관계자는 “제조화폐 배정시 5만원권 입금실적을 반영하는 등 꾸준한 발권정책의 결과”라면서도 “6월은 설과 추석을 제외하고 환수율이 높아지는 계절적 요인도 있다. 기업들이 반기결산을 하면서 잉여자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5만원권 환수율이 만원권 만큼 늘어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좀 더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6월말 현재 5만원권 발행잔액은 89조4620억원을 기록 중이다. 화폐발행잔액이 110조693억원임을 감안하면 총잔액에서 5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81.28%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81%대로 올라섰다. 기념주화와 기념은행권을 제외한 비중도 81.38%였다.
앞선 관계자는 “고액권 비중이 일본은 90%가 넘는 반면 미국은 90%에 미치지 못한다”며 “경제상황에 따라 좀 더 늘수도 있고 줄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