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이오 기업들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기업공개(IPO)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최근 수요예측에 나선 바이오 기업들에 기관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쏟아지며 희망 공모가 밴드가 최상단을 넘어서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하반기 상장을 앞둔 바이오 기업들의 흥행이 침체된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들의 상장주관은 모두 대형 증권사가 맡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바이오솔루션, 엘앤씨바이오, 디알젬 IPO를 진행 중이고, 미래에셋대우는 유가증권시장에 하나제약 상장을 주관하고 있다. 옵티팜과 지티지웰니스는 각각 NH투자증권, 대신증권이 상장 주관을 맡았다.
최근 바이오 업종에 불어닥친 각종 악재에도 대형 증권사들이 IPO 주관에 나선 것은 공모시장 분위기가 증시와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달 12일 상장한 패치제 전문 제약회사 아이큐어의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 밴드(4만4000~5만5000원)를 훌쩍 뛰어넘는 주당 6만5000원에 확정됐다. 이어 18일 상장한 신약 개발 기업 올릭스 역시 희망 공모가가 밴드 최상단을 돌파했다. 기존 밴드는 2만6000~3만 원이지만, 기관 투자자의 러브콜이 이어지며 공모가가 주당 3만6000원에 달했다.
26일 상장한 한국유니온제약의 공모가 역시 밴드 최상단을 돌파한 1만8000원에 결정됐다. 공모금액은 202억5000만 원에 달했다. 한국유니온제약은 지난해 상장을 준비할 때 미래에셋증권(현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등의 문을 두드렸지만 당시에는 주관사들로부터도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상장주관을 맡은 DB금융투자는 상장 시 리스크로 지적된 사안들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면서 저평가 없이 제값을 받아냈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모시장의 투심 이동으로 볼 때 바이오주에 대한 현재 증시의 저평가가 과도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듯하다”며 “하반기 IPO 회사들이 성과를 낼수록 상장사들 역시 적정 주가를 되찾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바이오기업 회계감리 하반기 발표 ‘여전히 주목’ = 상장시장에서 바이오 기업들이 제 가격을 찾아가고 있지만, 하반기 발표될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 결과는 여전히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바이오업종 특성상 기업의 기초체력보다는 향후 연구·개발이나 신약 기대감을 위주로 주가가 형성되는 것을 고려했을 때 감리 결과가 증시는 물론 공모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올 4월부터 제약·바이오 상장사에 대한 테마감리에 착수해 9~10월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테마감리 대상 기업은 당초 알려진 10곳보다 늘어난 15곳 내외인 것으로 파악된다.
연구·개발비 회계처리를 무형자산으로 해왔던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금감원 제재를 받을 수 있고 재무제표를 재작성해야 한다. 특히 신약 개발 위주인 회사들의 경우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화 한 비율이 높아 주요 타깃이 될 전망이다. 반면 바이오시밀러(제네릭 포함) 개발사는 이미 오리지널 의약품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기가 비교적 용이하다.
김형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회계 감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관련 리스크가 적은 전통 제약사와 바이오시밀러 업체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며 “다만 이 사안과 관련한 투자심리 위축이 섹터 전체로 확대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