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정부와 기업의 협력

입력 2018-08-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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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삼성전자 인도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한국에도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곧이어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해 정부와 기업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달 8일 삼성그룹은 반도체, 인공지능, 5세대, 바이오, 전장부품 등 신산업에 향후 3년간 180조 원을 투자해 4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미래 기술 육성사업에 1조 원을 투입하는 추가 방안도 내놓았다.

정부 차원에서 문 대통령은 은산분리 완화 등 대대적 규제개혁 의지를 밝히고, 김 부총리는 내년도 R&D예산을 20조 원 이상 늘려 원천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력산업이 무너지고 성장동력이 꺼져 최악의 실업난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로선 보통 반가운 일이 아니다.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살아나 국제경쟁이 치열한 상태에서 정부와 기업이 미래 산업 발전과 국제 경쟁력 강화에 힘을 모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규제를 개혁하고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확대하여 기업들의 자유로운 창업과 투자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동시에 기업들은 끊임없는 기술과 상품개발로 산업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국제 경쟁에서 이겨 성장하고 일자리를 만든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정부와 삼성전자의 협력과 투자계획 발표는 의미가 크다.

그러면 정부와 기업의 협력체제가 정상궤도에 오른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정부는 적폐청산의 주요 과제로 재벌개혁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는 중이다. 더욱이 현 정부는 반기업 정서가 강하다. 여당의 원내대표가 삼성전자 이익잉여금 중 20조 원을 쓰면 20만 명에게 1000만 원씩 줄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이런 정서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정부의 경제정책도 반기업적 성격을 띤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일자리 만들기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을 16.4% 인상하여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을 가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정책이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모순을 낳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또다시 10.9% 올린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도 기업의 의견을 배제했다. 여기에 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지침도 기업의 의사와 다르게 결정했다. 물론 정부는 기업 의사에 반하는 정책을 펼 수 있다. 그러나 기업과 근로자를 궁지에 몰아넣는 경제 정책을 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 상황이 극도로 악화하자 정부가 삼성그룹에 투자를 요구하고 삼성그룹은 정부의 요구에 화답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와 기업의 근본적인 관계 개선이 절실하다. 우선 정부는 지배구조 개선, 경제력 분산, 공정거래 확립 등의 개혁을 기업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살리는 개혁으로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진보는 반기업, 보수는 친기업’이라는 이념 논리를 벗어나 시장 논리로 경제를 살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

한편 재벌기업들은 고도 성장의 주역으로서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 그러나 정경유착, 문어발식 확장 등의 비리경영을 한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고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은 지 오래다. 기업도 과거의 불법과 비리경영을 청산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을 하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부와 떳떳하게 협력관계를 맺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갈등과 대립을 계속하면 우리 경제는 희망이 없다. 경쟁국들은 일찌감치 정부와 기업이 일체가 되어 4차 산업혁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경제 양강인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까지 벌이며 자국 기업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과감한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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