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여름(6~8월)에 매수 규모를 줄였다가 가을(9~11월)께 다시 늘려온 외국인 수급 추세가 올해도 반복될지 주목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6월부터 이번달 20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총 1조2427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미중 무역분쟁 확산과 터키발 금융 위기 가능성, 국내 경기 둔화 우려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동안 외국인의 여름 평균 순매수금액은 9540억 원에 불과했다. 순매도를 기록한 경우는 2011년(3조9673억 원), 2013년(2조426억 원), 2015년(6조9501억 원), 2017년(7413억 원) 등 4년이다.
하지만 이 기간 외국인의 가을 평균 순매수금액은 2조4957억 원을 기록해 여름보다 161.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의 가을 순매수금액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2013년(12조1583억 원)이었으며, 2016년(1조2045억 원)과 지난해(1조4690억 원) 등 최근 2년 모두 순매수 흐름을 보였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에 유입되는 외국인 수급은 대부분 여름에 부진하지만 배당 및 연초 기대감으로 봄과 가을에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며 “올해도 계절성이 반복되고 있어 9월부터는 외국인 수급 개선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의 수출도 긍정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수출은 이번달 들어 10일까지 148억 달러(약 16조613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9% 증가했다. 7월 수출 증가율은 6.2%다. 수출 증가율이 5~10%만 유지돼도 외국인 자금의 유입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주요 변수인 미중 무역분쟁도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11월까지 무역분쟁을 끝내는 내용의 로드맵 작성에 합의한 상태다. 협상에 진전이 있다면 안도 랠리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달 초 발표한 미국 대형 및 중형 은행의 상업 및 산업 대출 태도 지수는 2013년 3분기 이후 최저치인 -15.9%를 기록해 대출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증가율도 지난해 4분기 0.7%를 저점으로 올해 2분기 4.9%까지 상승해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지난달 말 기준 전체 국내 상장주식의 7.7%(45조8420억 원)를 보유한 영국계 외국인이 올해 4월부터 매달 1조 원어치 이상의 순매도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점은 불안 요인으로 분석됐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 환경이 개선되려면 영국계의 순매도가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