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문화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투자한 영화 ‘신과 함께’가 1편에 이어 후속작까지 ‘1000만 영화’에 오르면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2012년 업계 최초로 문화콘텐츠 금융팀을 만들었다. 그동안 문화콘텐츠 사업은 ‘고위험’으로 분류해 제1금융권 지원이 미미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이 산업의 잠재력을 보고 투자에 뛰어들었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투자·대출한 금액만 총 2조4000억 원이다. 중소·중견 기업이 제작한 영화와 드라마, 공연 등에 직접 투자·융자하거나 전문 투자운용사를 이용한다. 유망 콘텐츠 기업이 발행한 주식이나 주식연계 증권을 인수하기도 한다.
특히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지난해 1월 문화콘텐츠 금융팀을 기업투자금융(CIB)그룹에 넣어 투자실행 부서와 연계했다. 2014년 총 3365억 원 규모였던 투자금액은 지난해 4404억 원으로 4년 만에 1000억 원 이상 늘었다. 영화 배급사와 투자사 출신 외부 전문가들로 시작한 팀은 현재 여신과 신문방송, 미디어 등에 전문성을 갖춘 은행원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특히 올해 ‘대박’을 터트렸다. ‘쌍천만 영화’인 신과 함께 1·2편에 총 20억 원을 투자한 덕분이다. 제작 초기부터 투자를 검토한 기업은행은 다른 투자자들이 대규모 제작비로 고민할 때 먼저 실행에 옮겼다. 1·2편 합계 손익분기점은 약 1200만 명이다. 1편 관객이 1441만 명을 넘어 2편의 매출은 모두 수익으로 돌아온다. 19일 기준 2편 관객 수는 1132만 명이다.
게다가 올 상반기 개봉한 영화 7건 가운데 5건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저예산 영화로 사람들 감성을 건드렸던 ‘리틀포레스트’가 대표적이다. 개봉 7일 만에 손익분기점(80만 명)을 훌쩍 넘겨 관객 수 150만 명을 기록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탐정2’, ‘챔피언’, ‘소공녀’도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비수기인 봄·여름의 상업영화 손익분기점 달성률이 평균 30%인 점을 고려하면 꽤 괜찮은 성적이라고 한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는 흑금성 사건을 다룬 영화 ‘공작’에도 10억 원을 투자했다.
최근에는 영화 외 애니메이션과 연극 등 다양한 분야로 눈을 넓히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과 ‘빨간구두와 일곱 난쟁이’에도 각각 투자했다. 공연 ‘젊음의 행진’, ‘이블데드’, ‘프랑켄슈타인’ 등 창작 공연에도 도움을 줬다.
기업은행은 내년에도 4000억 원을 문화콘텐츠 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기획부터 제작, 마케팅 등 단계별·콘텐츠별 특성을 고려해 맞춤 지원을 한다. 무엇보다 단기적 수익이 아닌 우수 문화콘텐츠 중소기업을 적극 발굴해 키울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