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에서 4년 정도 일해 온 김모 사무관은 얼마 전 인사혁신처에 다른 부처로 가기 위한 인사교류를 신청했다. 지난달 대기업 재취업 강요 혐의로 공정위 전 수뇌부가 줄줄이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한 실망과 좌절감이 크게 작용했다. 이번 사태를 불러온 공정위 인사 적체 피로감도 영향을 미쳤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의 위신이 추락하면서 공정위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3일 “지난달 대기업 재취업 강요 혐의 등으로 공정위 전 수뇌부가 줄줄이 구속 기소된 것에 대한 직원들의 충격이 여전히 큰 상태”라며 “이로 인해 조직의 사기까지 떨어지면서 요즘 들어 다른 부처와 인사교류를 신청하려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6일 퇴직 예정인 고참 직원들을 채용하도록 대기업을 압박한 혐의 등으로 정채찬·노대래·김동수 전 공정위원장과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 등 20명을 구속 및 불구속 기소했다.
공무원이 다른 부처로 가겠다며 인사교류를 신청한다는 것은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을 영영 떠나고 싶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부들의 줄구속 사태와 함께 공정위 인사 적체의 피로감이 커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공정위는 정부 부처 중 인사 적체가 심한 곳으로 꼽힌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정위 총 인원(일반직 공무원)은 627명으로 이 중 5급(239명)과 6급(156명)이 대부분이다. 고위공무원(1~2급)과 3급, 4급은 각각 14명, 11급 97명이다. 공정위 직원들이 몰려 있는 5~6급이 4급 이상으로 올라 갈 수 있는 자리가 한정돼 있다 보니 인사 적체가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공정위 전 수뇌부가 대기업에 퇴직을 앞둔 공정위 직원을 채용하도록 강요한 것은 이런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공정위 한 직원은 “이번 사태로 인사 적체 문제가 부각되면서 회의감을 느끼는 직원들이 많다”면서 “특히 현행 퇴직 공직자 취업 제한 강화에 최근 발표된 조직쇄신안까지 더해지면서 공정위보다 승진 가능성이 높은 부처로 이동하고 싶어 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