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2018 광주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광주광역시 소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로비에 특별한 책방이 차려졌다. ‘더 블루박스 프로젝트(THE BLUEBOX PROJECT)’라는 이름으로 마련된 이 책 부스는 이수그룹이 북 셰어링 형태의 CSR(사회공헌) 사업으로 준비한 것이다.
이수그룹은 ‘상상된 경계들’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광주비엔날레’의 의도에 맞춰 CSR를 기획했다.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등 임직원들이 기부한 책을 포장해 겉면에 책 제목을 상상할 수 있는 문구를 넣었다. 이 같은 책 기부 프로젝트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으로 CSR의 기존 틀을 깼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지난 8일 문화창조원 책 부스에서 마주친 책을 동봉한 포장지 겉면에는 ‘#사랑에 서툴거나 #사랑에 지쳐있는 #모든이들을 위한 #특별한 조언’ 등 책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이 같은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방문객들은 이 문구를 보고 포장된 책이 무엇인지 상상한다. 어떤 책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이수그룹 측이 의도한 재미 요소다. 선물할 대상에 맞는 문구를 골라 전달하면 상대방이 책을 받아서야 어떤 책인지 알 수 있다. 선물하는 사람도 선물받는 사람도 포장을 열 때까지 궁금증을 안고 갈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를 찾은 방문객들은 전시회 입구를 통과하기 전 이수그룹의 별도 부스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단순히 책을 전달하고 받는 기부 형태가 아닌 스스로 원하는 사람에게 책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호응을 이끌었다. 책마다 쓰여진 문구를 보며 어떤 책이 포장돼 있을까 상상하고, 내 지인에게 맞는 문구가 무엇인지 스스로 결정하는 점이 흥미도 끌었다.
서울에서 광주비엔날레를 찾은 A(28) 씨는 “부모님께 책을 전달하기 위해 전시된 책의 문구를 하나하나 유추하고 고르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며 “앞서 많은 형태의 책 기부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이런 식의 책 기부는 처음이라 신선했다”고 말했다.
‘더 블루박스 프로젝트’는 임직원들로부터 기증받은 도서로 운영돼 오던 이수그룹의 사내도서관 파란책방과 연계해 기획됐다. 평소 독서 애호가로 알려진 김 회장은 임직원 독서 장려 차원에서 파란책방을 직접 기획했다. 이번 전시에는 1000권이 넘는 책이 기부됐다.
이수그룹의 참신한 CSR 시도에 ‘광주비엔날레’ 측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상상의 경계들’이란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와 형태가 같았고, 다소 무거운 주제의 역사ㆍ예술을 체험하는 방문객들이 책 기부에서 엔터테인먼트 요소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 주효했기 때문.
현장에서 방문객들의 기부 참여를 독려하던 이수그룹 브랜드관리팀 조요한 팀장은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시작으로 매년 동일한 형태의 CSR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학교나 기관을 직접 찾아가는 북 트럭 형태의 ‘더 블루박스 프로젝트’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