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리포트] 늘어난 고학력자, 좁아진 대기업 취업문…청년실업 늘린다

입력 2018-09-1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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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청년 실업률 10%로 19년 만에 최악…청년층 中企 기피·대기업 선호 심화 심각

‘10%, 19년 만의 최악.’

청년(15~29세) 실업률 얘기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서 8월 청년실업률은 10%를 기록해 19년 만에 동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아직까지 한국의 실업률은 전 세계 노동시장을 기준으로는 중위권에 속한다. 2016년 기준 경제협력기구(OECD) 34개 국가 중 한국의 실업률은 16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실업률의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2010년 이전까지는 7.5% 수준을 유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오히려 OECD 가입국 중에서 순위가 내려가기도 했다. 그랬던 것이 작년 9.9%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25~29세의 실업률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학력별로는 2010년 이후 대졸자들의 실업률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한마디로 25~29세 대졸 집단을 중심으로 청년실업률이 악화하고 있는 셈이다.

◇ “인구구조, 학력 인플레, 노동시장 양극화가 실업률 높인다” = 홍기석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청년실업의 결정요인 연구’ 논문에서 인구 연령구조, 학력 인플레와 노동시장 양극화, 청년층의 대기업 선호 현상 등이 최근 한국의 청년실업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1990년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던 20~29세 청년의 비중은 2010년부터 정체된 상태다. 홍 교수는 “2010년 이전까지는 20~29세 집단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어서 청년실업이 특별히 늘진 않았다”며 “2010년 이후 추세가 반전돼 청년노동 공급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그 결과 실업이 확대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구구조도 청년실업률과 맞닿아 있다. 청년실업률은 20~29세 인구보다는 30~60세 인구에 더 영향을 받고 있다. 30~60세 인구 비율이 높을수록 청년실업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홍 교수는 “30~60세 인구가 늘어나면서 그들의 실업률이 높아지면 청년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30~60세 노동자와 20~29세 노동자 사이에 보완관계가 존재할 수도 있다”고도 풀이했다.

홍 교수는 “일본은 2000년 이후 은퇴 연령층인 55~65세 인구가 20~29세 인구보다 많아졌지만 한국은 최근에 와서야 비슷한 수준이 됐다”며 “최근 일본에서는 청년층 취업 문제가 개선됐는데, 그 원인으로 청년층보다 은퇴 연령층이 커졌다는 점이 언급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경우에도 2020년 이후에는 일본의 지금과 같은 상황이 돼 인구적으로는 실업 문제가 개선될 여지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학력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양극화도 청년실업률 상승의 주요 요인이라고 홍 교수는 짚었다.

OECD 중 한국의 대학 취학률은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홍 교수는 “대다수의 청년이 대학에 취학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목표로 서로 경쟁하게 된다”며 “특히 양질의 일자리와 다른 일자리 사이의 임금과 생산성 격차가 클수록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하기 위해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려고 할 것”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학력자들의 실업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대학 진학률도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통계청과 OECD에 따르면 한국의 3차 교육 취학률은 2008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최근 약간 하락세를 보였다. 2001년에서 2008년까지 70%에서 84%로 상승한 뒤, 최근에 다시 70%대 수준으로 내려간 것이다.

홍 교수는 “최근 대학 취학률의 이 같은 감소는 앞에서 대졸 임금 프리미엄의 하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 교육이 2~4년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학 취학률의 감소는 몇 년 뒤 노동시장에서 대졸 인력의 공급 조정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 “다수의 고학력자, 소수의 대기업 미스매치가 문제” = OECD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 대기업의 1인당 임금은 중소기업 대비 2013년 기준 1.8배, 노동생산성은 3.3배에 달한다. 이런 수치는 OECD 중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이와 함께 임금 격차 또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OECD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홍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는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하기 위해 한동안 실업 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실업률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취업자 비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기업 취업자 비율과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반비례 관계를 보이고 있다. 홍 교수는 “대기업 생산성 증가가 실제로 대기업 취업자 수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대기업의 노동수요 증가에도 대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숙련 노동력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대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 진보의 성격이 노동절약적이고 자본사용적인 특성이거나, 제도적인 이유로 대기업이 취업자를 줄이는 대신 임금을 더 높게 지급하려고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맞물려 청년층의 대기업 선호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실제로 모든 연령대 중 20대의 대기업 선호도가 가장 높은 상황이다.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토대로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 여부와 연령 간 상관관계를 추정한 결과 20대에 속할 때 대기업 취업 확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홍 교수는 “20대와 30대 초반까지의 청년기에는 우선 대기업에 지원을 하고 실패하더라도 중소기업에 가지 않으려 하지만,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대기업에 취업하지 못하더라도 점점 더 중소기업 취업을 택하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 비중이 2010년 19.89%에서 2017년 11.9%로 증가하는 동안 청년실업률도 크게 상승했다. 홍 교수는 “청년층의 대기업 선호 현상이 강해짐에 따라 여타 기업에 취업하는 경우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임시직과 정규직 고용보호 제도의 경우 오히려 실업률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홍 교수는 “고용보호 제도는 직접적으로는 실업률을 낮추는 작용을 할 수 있다”면서도 “반대로 기업들이 애초에 노동자 채용 자체를 꺼리게 해 청년실업을 높이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가입의 경우 청년실업률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기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홍 교수는 “한국의 경우 대학 등록률과 양극화의 지표 모두 청년실업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는 대부분 청년들이 고학력자라는 노동공급 측 문제와 함께,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학력자를 기피하는 중소기업이라는 일자리 측 문제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수의 고학력자들이 소수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기업을 선호하고 있는 미스매치가 청년실업률 증가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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