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지난달 13일 방통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앞서 방통위는 3월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망을 통해 접속하는 이용자의 접속 속도를 떨어뜨렸다며 3억9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과징금은 글로벌 통신 플랫폼 사업자인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업자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해외로 접속 경로를 변경, 이용자들의 서비스 이용을 제한해 피해를 줬다고 판단했기 때문.
페이스북은 2016년 말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통신업체 자체 부담으로 자사 서비스 전용망 확충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국내 서버를 막아 약 9~10개월간 두 통신업체 가입자들이 페이스북에 접속하려면 홍콩·미국 등 해외 서버로 우회하도록 만들었다. 이 때문에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가입자는 페이스북 접속 시 속도 저하 등의 불편을 겪어야 했다.
페이스북의 이번 소송은 우리 정부가 페이스북의 경영 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국내 통신사와 망 이용 대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속마음도 엿볼 수 있다. 과징금을 내면 국내 통신사업자와의 망 이용 대가 협상에서 자칫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전은 망 중립성과 관련해 추후 통신업체와 플랫폼 사업자 간 이해득실 문제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통신망을 제공하는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 입장에서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이 큰 만큼 캐시서버 설치나 적정한 망 이용 대가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망 중립성 폐지로 인해 페이스북,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CP(콘텐츠 사업자)들의 망 사용에 대한 적정 대가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망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글로벌 CP들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무임승차’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망을 제공하는 이통사가 통신 인프라 구축과 유지 비용을 온전히 떠 안아야 해 불공정하다는 주장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글로벌 CP들이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데이터 사용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망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통신사들이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만큼 과거보다 더 많은 망 이용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페이스북과 망 이용 대가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양측 입장이 워낙 첨예해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