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은 우리 제약사들에 ‘기회의 땅’임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진입하기에 까다롭기로도 명성이 높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이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세포치료 전문기업 GC녹십자셀은 FDA로부터 ‘이뮨셀-엘씨’에 대한 췌장암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승인받았다. 이뮨셀-엘씨의 희귀의약품 승인은 6월 간암, 8월 뇌종양(교모세포종)에 이어 세 번째다.
GC녹십자셀의 잇따른 낭보는 침체돼 있던 바이오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회사 주가는 이번 췌장암 희귀의약품 지정 소식과 지난달 뇌종양 희귀의약품 지정 소식에 힘입어 연달아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한 달여 만에 2배 가까이 뛰었다.
이뮨셀-엘씨는 환자 자신의 혈액을 원료로 만드는 환자 개인별 맞춤항암제로, 약 2주간의 특수한 배양과정을 통해 항암 기능이 극대화된 강력한 면역세포로 제조해 환자에게 투여한다. 국내에서는 200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획득했으며 현재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이번 희귀의약품 지정 승인은 미국 진출의 첫발을 내딛은 단계라고 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미국 내 임상시험 간소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FDA의 희귀의약품 지정은 희귀난치성 질병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치료제 개발과 허가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미국에서 환자 수가 20만 명 미만이거나, 20만 명 이상이라도 수익성이 낮은 치료제를 대상으로 한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FDA에서 최대 연간 40만 달러까지 임상 비용을 지원하고, 미국 내에서 실시한 임상시험 비용에 대해 50% 세금 감면 혜택을 준다. 신약 시판 승인을 위한 시험 계획에 관한 자문을 받을 수 있고, 허가 심사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 또한 허가일로부터 7년간 동일 질환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의약품의 시판 허가가 불가능해 시장 독점 기간이 보장된다.
업계에 따르면 희귀의약품 시장은 2020년까지 연간 평균 10.6%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희귀의약품은 2014년 기준 전체 처방의약품에서 13.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2020년에는 18%까지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FDA의 신약 승인 건수 대비 희귀의약품 승인 건수도 2015년 기준 20%까지 높아진 상태로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FDA의 희귀의약품 지정과 FDA 판매 승인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이뮨셀-엘씨의 경우 현재 FDA에 임상시험계획(IND)을 내기 위해 준비 중인 상태로, IND의 전 단계인 프리(Pre)-IND도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회사가 계획 중이라고 밝힌 생물의약품 허가신청(BLA)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뜻이다.
GC녹십자셀 관계자는 “희귀의약품 지정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회사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소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