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기획재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상가건물에 대해 10년 이상 장기계약을 맺은 임대사업자에게 세제지원을 부여하는 조특법 개정안을 논쟁 끝에 처리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원래 이달 기재위에서 논의된 안건이 아니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을 보완하기 위해 건물주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부수 법안이 필요하다는 한국당의 요구를 여야 원내대표가 받아들이면서 갑자기 기재위 안건으로 오르게 됐다.
기재위원들은 이 같은 과정이 ‘상임위 패싱’이라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 의원은 “패키지 처리라는 이유로 3당 원내대표가 월권적으로 상임위 상정도 안 돼 있던 법안을 논의하게 만드는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앞으로 어떤 법이든 상임위 논의는 패싱하고 정치적 지도자끼리 이야기하면 상임위는 앉아서 조건에 맞지 않는 상황을 처리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도 “저도 원내대표 해보고 국회 경험을 많이 했지만, 이 법의 정확한 효과에 대한 기본적 예측도 책상에 올라와 있지 않은 상황에서 기획재정부 차관과 세제실장이 하는 말만 듣고 감 잡아서 통과시키라는 상황”이라면서 “기재위 이렇게 운영되는 것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식으로 전광석화같이 통과시키면 나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거들었다. 김성식 의원과 유승민 의원은 이같은 발언을 한 이후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조차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 기재위원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어렵게 합의해 위원회에 요청한 관계로 위원장으로서 부득이 수용했다”면서도 “차후 이런 일이 재발하면 위원장으로서 용납이 힘들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이원욱 의원 역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서는 ‘여야가 함께 존재하는 국회의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절차적 문제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재위가 논란 끝에 처리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상가임대차보호법과 함께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의 앙금은 남게 됐다. 한국당 소속인 김광림 의원도 “10년 간 이 자리(기재위)에 있으면서 처음”이라고 언급했고, 한 한국당 의원도 “국회가 원래 임시변통이 많은 곳이지만 이번 일은 해도 너무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전체회의 이후 한국당 기재위 간사인 윤영석 의원은 추경호 의원에게 간사 자리를 넘기기도 했다.
한편, 이번에 입법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부동산임대업 수입이 7500만 원 이하인 임대사업자가 같은 임차인과 5년이 넘도록 임대계약을 유지하면서, 임대료 상승폭이 연 3% 이내인 경우 인상으로 얻은 소득세 및 법인세의 5%를 감면해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개정에 따라 1년에 7500만 원의 임대소득을 올리는 개인사업자를 예로 들자면, 이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소득세는 현재 476만 원에서 452만 원으로 약 24만 원 정도 줄어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