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병에 걸리지 않았다”며 “그러나 대통령은 건강이 심각한 상태가 아니어서 자신의 건강 상태를 비공개로 유지하기를 원한다. 그는 헌법을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추가 정보를 공개할지 여부는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달린 것”이라며 “그의 건강과 관련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 건강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에드와도 아노 내무장관 대행도 이날 별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전날 각료회의에서 장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암 음성반응이 나왔다는 내용을 전했다”고 말했다.
73세의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랫동안 ‘바렛식도’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에 걸리면 정상인보다 식도암 발병 위험도가 20~30배 높아진다. 그는 지난주 암과 같은 심각한 질병에 걸렸는지 확인하고자 검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밖에 두테르테는 편두통과 흡연으로 인한 버거병 등을 앓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두테르테가 지난 3일 공식행사를 갑자기 연기하면서 건강이상설이 확산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조성됐다. 필리핀 헌법은 대통령이 심각한 병에 걸리면 반드시 이를 대중에게 공표하고 사임하면 부통령이 그 뒤를 잇는다. 문제는 현재 부통령인 레니 로브레도가 집권당이 아니라 야당인 자유당 소속이라는 점이다. 필리핀은 대통령과 부통령 투표를 따로 실시해 이런 일이 생긴다.
두테르테와 동맹을 맺은 글로리아 아로요 전 대통령은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는 것을 막고자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현재 하원의장을 맡고 있다.
두테르테는 오는 2022년 임기가 끝난다. 그는 이날 “로브레도는 대통령을 맡기에는 너무 나약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