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조선사업부를 모태로 설립된 현대중공업은 1973년 울산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약 30년간 현대중공업은 대한민국 중화학공업의 역사를 이끌었다. 정주영 회장은 도크(선거)가 없는 상황에서 수주를 따내는 기적을 일으켰고, 울산의 모래사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로 변모했다.
고도성장과 중화학공업화 달성이라는 목표로 전진하던 정부의 지원사격도 이 회사의 성장에 한몫했다. 파죽지세로 성장한 현대중공업은 설립 이듬해 ‘수출 1억불 탑’을, 2009년에는 ‘수출 150억불 탑’을 수상했다. 현대중공업은 존재 자체로 울산 경기 활력의 근간이 됐다.
그러나 울산에서 불야성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현대중공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175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업황 악화 속에서도 조선 사업 부문은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해양플랜트의 부진에 따라 올해 실적 목표 또한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옛날부터 조선소 사람들이 돈도 시원하게 잘 썼지”라며 혀를 차는 지역 상인의 푸념은 오늘날 현대중공업, 그리고 울산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그런데도 현대중공업의 내홍은 격화하고 있다. 노조는 해양사업부 인력 처리 문제와 임금 협상에 대한 반발로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일감 부족과 개도국의 저가 수주 공세 등 외부 위협이 상존하는 가운데 내부마저 분열하는 모양새다. 살아남기 위해, 우선은 내부 단속이 필요하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회사의 갱생을 넘어 삶의 터전인 울산의 부활을 위해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