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유형을 크게 공신형, 권신형, 간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성과엔 욕심을 내되 권력엔 야심을 갖지 않는 유형은 공신(功臣)형이다. 성과에 대한 욕심, 권력에 대한 야심을 함께 갖는 유형은 권신(權臣)형이다. 이들은 1인자를 쥐고 흔들거나, 자기의 위세를 자랑하고자 한다. 반면에 성과도 못 내면서 넘버 원의 위세에 빌붙는 기술로 생존의 신공을 발휘(?)하는 것은 간신유형이라 할 수 있다.
권신과 공신의 결정적 차이는 사심 여부, 자기 정치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다. 공신은 1인자에게 빛을 모아주고자 한다. 권신은 1인자의 빛을 호시탐탐(虎視耽耽) 가리고자 한다. 간신은 빛에 기대 반사이익을 누리고자 한다. 공신은 1인자와 팔로어 모두에게 인심을 얻지만, 권신은 팔로어의 인기를 업고자 한다. 간신은 1인자의 인정만을 얻고자 하는 해바라기다. 당연히 1인자는 간신보다도 권신과 공신을 견제하게 마련이다. 문제는 권신과 공신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공자에 관한 일화를 모은 ‘공자가어’에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공자의 제자 자로가 포(蒲)지역 신임 관리가 됐을 때 일이다. 그곳은 반란이 자주 일어나는 곳으로 임금에겐 ‘사고뭉치 지역’이었다. 자로는 덕치를 펼치기 위해 ‘선심’ 사업을 벌인다. 수해 예방을 위해 관개공사를 벌이고 무료 급식사업도 펼친다. 지역은 번영하고 백성들 사이엔 자로에 대한 칭송이 넘쳐흘렀다.
마침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던 공자는 소문을 듣고 칭찬은커녕 다른 제자를 전령으로 보내 ‘자선 솥’을 깨부수고 공사를 당장 멈추게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정치에 종사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앞뒤의 일을 잘 고려해야 한다. 그저 양심에 따라 인정을 베푼다면 상을 받기는커녕 직위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가난한 백성을 위한 급식대책을 혼자 사사로이 펼치게 되면 역으로 군주의 덕이 없음을 드러내게 된다.”
혹시라도 자기 정치를 위한 인기 전술로 비칠 우려가 없는지 살펴보라는 이야기였다. 공자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데는 시대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이웃나라 제나라 재상 진항의 ‘됫박 인심 스캔들’ 때문에 노나라 조정도 잔뜩 긴장을 하고 있어서였다. 진항은 백성들에게 대두(大斗)로 양식을 대여하고, 받을 때는 소두(小斗)로 거둬들여 민심을 얻었다. 사방 백성들이 모여들어 귀순하는 것이 마치 ‘흐르는 물과 같다’는 평을 들을 정도였다. 결국 그는 세금 감면으로 얻은 인기를 이용, 제나라를 탈취하고 만다.
역사를 통해 살펴보면 1인자가 경계하는 것은 간신보다 권신이다. 신하가 무서워하는 것은 팽(烹)당하는 것이지만, 군주가 두려워하는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이다. 공신과 권신의 구분은 태도에서 갈린다. 쉽지 않다. 1인자의 금도(襟度)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2인자의 태도다.
공조체제를 오래도록 유지한 2인자의 공통점은 자기 절제를 넘은 자기 억제다. 주나라 성왕과 주공, 제환공과 관중, 한고조와 소하, 유비와 제갈공명 모두 그랬다. 이들은 모두 재능보다 모자람을 내세워 1인자의 견제와 주위의 시기를 피하고자 했다. 어려운 일을 하고자 겁 없이 나섰지만, 생색을 내고자 나대지는 않았다. 심지어 ‘권력 승계’에 대한 모종의 제안을 받더라도 사양해 무한 신뢰를 쌓고자 했다. 비록 마음을 떠보기 위한 제안이었다고 하지만, 이들은 진정으로 킹 메이커의 역할을 즐겼다.
이는 오늘날도 다르지 않다. 리더십 연구의 대가 워렌 베니스는 ‘위대한 2인자’의 중요한 덕목은 소박한 자아라고 지적한다. 그는 “자신이 만든 최고 작품의 영예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을 조용히 지켜볼 수 있는 것이야말로 소박하면서도 강한 자아다.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1인자가 스타라면 2인자에게 필요한 것은 스태프 마인드다. 보이지 않게 막후에서 역할하고, 스포트라이트는 욕심내지 않는 것이 2인자 리더십의 필수요건이다. 2인자 리더십이 1인자 리더십보다도 힘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