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홍재화 ‘글로벌 경제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입력 2018-1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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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장사를 하다 보면… 사업가가 쓴 무역서

홍재화의 ‘글로벌 경제는 어떻게 움직이는가’(좋은책만들기)는 35년 여 동안 무역 분야에 종사해 온 경영자가 쓴 해외시장에 관한 책이다. 무역에 관한 저서들은 주로 학자들이 쓰지만 이 책은 실무에 능통한 사람이 쓴 드문 책이다. 저자는 대한무역진흥공사에 입사해 일하다가 직접 무역으로 사업을 하는 사업가로서 그동안 쓴 책만 10여 권에 이른다. 책에는 특정 주제를 마무리하고 난 다음에 ‘실제로 장사를 하다 보면’이란 작은 주제로 저자의 경험담을 싣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독자들은 직접 현장을 뛰는 사업가 입장에서 바라본 해외시장에 대한 다양한 의견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국제시장과 국내시장의 역학관계, 국제시장의 작동 메커니즘, 국제무역과 금융의 관계, 한중무역, 미중무역 등 각 장의 제목은 평이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구석구석을 훑다 보면 주목할 만한 정보들을 만날 수 있다. 불안정한 중국 상황 때문에 중국 진출에 보수적이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만큼 중국을 잘 아는 나라도 없다. 우리가 모르는 중국은 전 세계도 모르고, 중국인 그들도 모른다.” 일본 시장 개척에 대해서도 저자는 독특한 의견을 내놓는다. “굳이 배척하는 곳에 힘겹게 들어가려 할 이유가 없다. 그 정도 노력으로 다른 곳에 기분좋게 들어가는 편이 비용이나 시간을 절약하고 수출도 더 늘릴 수 있는 지름길이다.”

세계 각국은 그동안 경기 부양을 위해 상당한 돈을 풀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과 유럽은 2001년에 비해 각각 2.08배와 2.92배 돈을 풀었다. 미국은 4.83배나 풀었다. 그런데 저물가 상태를 유지하는 이유는 개발도상국으로 이전된 생산설비 비용이 과거에 비해 거의 50% 이하로 줄었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업 이익률은 10%대 이하까지 뚝 떨어졌다. 화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공급자가 늘어나고 있다. 산업화되지 않은 나라들이 속속 세계 경제 시스템에 진입되기 때문에 여전히 값싼 공급처가 되고 있다. 선진국이나 중진국 시민들의 생활 수준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래 성사에 대한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은 기본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파나마 시장개척단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저자는 한국의 한 수출업체와 파나마 관계자를 연결시킨 적이 있다고 한다. 기대와 어긋나게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는데 그 후일담이 인상적이다. 파나마 관계자는 “한국 업체의 세일즈맨이 대화를 하면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데다 자꾸 손가락질을 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무역에서 좋은 매너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사례다. 그 밖에 깊은 생각 없이 상대방에게 무역 독점권을 제공해서 낭패를 본 사례들은 실무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잡아낼 수 없는 귀한 지식이다. 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상계, 매칭, 리딩과 래깅, 환위험 관리체계 등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의 진짜 모습을 확인한 한국인들이 많았을 것이다. 저자는 류짜이푸의 ‘쌍전’에 나오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중국 당국자들이 주변국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류짜이푸는 “중국을 대표하는 책인 수호지는 폭력성을 일반화시켰고 삼국지는 권모술수를 일반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유비의 유교적 술수와 조조의 법가적 술수는 물론이고 삼국지에 등장하는 정치 투쟁의 세 가지 원칙이 여전히 중국 당국자를 관통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한다. “성실성은 필요없다. 사당을 결성한다. 상대방에게 먹칠한다”에 나타나는 역사의 변질 현상을 지적한다.

이런 성향은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변화될 가능은 없다. 다만 한국인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중국을 대해야 할 것이다. 최근 미·중의 갈등도 그 뿌리에는 불공정한 무역행위가 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무역 관련 서적이다. 공병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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