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가 아닌 정당 투표 기준으로 국회의원 의석수를 배분한다. 지역구에서 채우지 못한 의석수는 비례대표로 채우는 것이다. 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으로 유지할 경우 지역구 의석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
여야 모두 선거제 개편 필요성에는 원칙적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이다. 그러나 의석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적극적이지만 의석수가 많은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해관계가 달라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민주당과 한국당 등 거대 정당들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지만, 변수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입장이다.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제에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를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다. 군소 정당들은 연동형 비례제와 중·대선거구제를 바라고 있다.
민주당이 의석수 확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것도 현재 안정적 지지율 유지와 21대 총선 때도 승리가 예상되는 만큼 역풍을 맞을 필요가 없다는 계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당이 다당제를 유지하는 쪽에 방점이 찍힌 선거제 개편보다, 보수 대통합을 추진하고 있어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할지도 불투명하다. 특히 현재 지지부진한 지지율을 고려하면 한국당 입장에서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은 이익이 없는 셈이다.
군소 정당들에 의석수를 배분하는 만큼 민주당과 한국당의 의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논의가 지지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여야의 셈법이 다른 상황이라 결론이 나오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이에 대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5일 ‘초월회’ 회동 직후 “의석수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하는데 정개특위에서 심도 있게 논의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국회 권능 강화를 위해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 개편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을 하자고 말만 하고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서 침묵한다면 떳떳하지도 당당하지도 않다”며 “한국당과 민주당에서 의석수를 어떻게 할 것인지 책임 있는 이야기를 내놓지 못해 정개특위에서도 그 눈치를 계속 볼 것이다. 현실적인 방안을 큰 당에서 떳떳하고 용기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7일 첫 정개특위 기자 간담회에서 “선거제 개편은 승자독식의 기득권을 누려온 민주당과 한국당의 동시 결단이 있어야 한다”며 “적절한 시점에 양당의 동시 결단을 요구하면서 선거구제 개편과 강도 높은 국회 개혁 방안이 담긴 타협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 위원장은 “민주당은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입장을,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분명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선거제 개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의원 정수 확대와 관련, “국민이 정수 확대를 반대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밥값 하는 의원들 늘리는 개혁을 가로막는 방패막이로 민심이 이용되는 건 용인되기 어렵다”며 “여야는 물론 중앙선관위까지 다들 맞바람을 피해서 뒷줄에 앉고 싶은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 앞에서 칼바람을 함께 맞을 각오가 돼야만 선거제 개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심 위원장은 지난해 의원 정수를 36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내놓은 바 있다. 국회의원들의 지역구를 대폭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선관위가 제안한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 개정 의견’에 대해서도 “의원 정수 300명을 갖고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를 2대 1 비율로 하자는 의견은 완성된 안이 아니다”며 “2018년 버전을 제출하도록 요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