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벽산건설은 첫 해외사업인 베트남 호치민시 '블루밍파크' 모델하우스 개관에 이어 30일에는 베트남 제3의 도시인 다낭시에 '블루밍타워' 기공식을 갖고 해외 사업에 대한 힘찬 첫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이같은 해외사업 진출에 대해 벽산건설 김인상 사장은 '힘차면서도 신중한 발걸음'을 주문하고 있다. 2005년부터 국내주택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대체시장'으로 지목됐던 해외주택시장 진출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8일 호치민시 뉴월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사장은 벽산의 해외사업 진출에 대해 '선(先)리스크 방어'를 강하게 주장했다. 김 사장은 블루오션이란 전망과 달리 자칫 '진창'이 될 수도 있는 해외사업에서는 무엇보다 사업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간담회를 시작했다.
김 사장의 이러한 걱정은 '기우(杞憂)'가 아니다. 실제로 벽산의 해외사업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창립 40주년을 넘긴 베테랑 건설사인 벽산건설은 지난 90년대 중후반에도 활발한 해외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98년 IMF 외환위기를 맞아 결국 사업을 접어야했던 뼈아픈 추억이 있다. 이 때문에 김 사장의 '조심성'은 더욱 높아진 것이다.
김 사장은 벽산의 해외 건설시장 진출에 대해 두가지 원칙론을 주장한다. 첫째는 100억원 이하 사업만 추진한다는 것이며, 둘째는 이러한 사업도 적자시에는 과감히 포기한다는 것이 그 원칙이다. 즉 리스크에 대한 최대한의 방어가 벽산건설의 해외사업에 대한 원칙인 것이다.
이를 위해 벽산건설은 현지 사업체와의 파트너쉽 확보를 통한 공동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모델하우스를 개관하고 본격적인 분양일정에 들어선 호치민 블루밍파크도 벽산건설의 지분은 25%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같은 '엄살'속에서도 벽산의 해외사업 진출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40년에 걸친 이 회사의 오랜 관록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보수적인 원칙론을 제시한 김 사장 조차도 '베트남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이란 믿을 갖고 있다.
벽산건설은 작년 미국령 괌섬의 타무닝에 도급방식으로 타운하우스 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김 사장은 "괌 진출은 해외진출의 준비사업이었다며 베트남 사업을 거쳐 올 하반기에는 중동지역에서도 오피스 개발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며 해외사업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을 밝혔다.
해외 주택사업에 대한 일반적인 시장의 우려에 대해서도 김 사장은 지나친 걱정에 대해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우선 지난 70년대 후반 중동시장에서 보인 국내업체간의 출혈경쟁은 더 이상 없다는 게 김 사장의 이야기다.
실제로 베트남만 하더라도 벽산건설은 비롯해, (주)대원, 금호아시아나그룹, 포스코건설, GS건설, (주)부영. 범양건영 등 국내 유수의 건설업체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지만 저마다 다른 형태의 사업으로 구분된 부지를 마련하고 있는 독자적인 사업을 운용하고 있다.
그런만큼 협력은 있어도 경쟁은 없다는 게 김 사장의 이야기다. 또 김 사장은 대규모 미분양에 따른 리스크도 크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베트남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동시적인 일괄분양이 아니라 분할 분양이 가능한만큼 분양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대한 과감한 철수가 가능하다.
여기에 베트남은 대만계 건설자본이 조성한 '푸미흥' 신도시를 제외하면 아직 개발 초기인 만큼 아파트 수요는 여전히 블루오션으로 볼 수 있다는 것도 김 사장이 내건 베트남 시장의 장점이다.
김 사장은 "벽산의 해외사업은 여전히 첫번째가 리스크 방어"라며 "철저한 리스크에 대한 배려를 선행한 후 괌, 베트남에 이은 중동 등 해외사업 영역 확대를 시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베트남 호치민】이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