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황제경영②] 신설합병, 이사장 임기 연장 꼼수 전락

입력 2018-1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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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교체 등 번거로운 신설합병...연임제한 적용 안돼 임기 초기화

새마을금고중앙회 전·현직 간부들이 소규모 새마을금고를 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임기를 연장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겸직하면서 합병 뒤 이름을 바꿔 새로운 법인으로 등록하면 이사장 임기가 새로 시작하는 점을 노렸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사례를 모아 규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13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새마을금고중앙회 전·현직 간부 3명이 이러한 방식으로 이사장 임기를 연장했다.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연임 2회로 최대 12년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중임 제한 규정이 없다. A새마을금고에서 12년 이사장을 했어도, B새마을금고로 자리를 옮기면 다시 12년 동안 이사장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곳이 경북 구미시에 있는 구미새마을금고다. 구미새마을금고는 2016년 9월 9일 인근 무을새마을금고와 합병해 다시 태어났다. 이름은 그대로였으나 ‘흡수합병’이 아닌 ‘신설합병’을 택했다. 신설합병은 정관을 바꿔야 해 흡수합병 방식보다 번거롭다.

새롭게 태어난 구미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성기조 씨가 맡았다. 성 씨는 2014년부터 올해 1월까지 새마을금고중앙회 부회장이었다. 그는 1993년 5월부터 현재까지 25년째 구미새마을금고 이사장이다. 현행 연임 2회 제한 조항은 2011년 생겼다. 2008년 선임된 성 씨는 2012년까지 첫 번째 임기였다. 두 번 연임을 해도 2020년까지만 가능했다. 하지만 2016년 9월 신설법인 이사장으로 등록해 연임 규정을 다시 적용받게 됐다. 성 이사장은 2028년까지 최대 35년간 재임 가능한 셈이다.

구미새마을금고는 인수합병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다. 옛 무을새마을금고는 구미새마을금고와 26㎞가량 떨어져 합병 시너지가 적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로 40분 거리다. 무을새마을금고는 자산 규모는 작지만 실적이 탄탄한 곳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합병한 뒤에도 당시 무을새마을금고 이사장이었던 김창준 씨는 현재도 무을 지점 이사장으로 있다.

2001년부터 동구로새마을금고 이사장을 지낸 이계명 씨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임기를 연장했다. 2015년 8월 18일 구로본동새마을금고와 합병해 같은 이름으로 금고를 신설했다. 이 이사장은 합병 뒤 임기가 연장돼 사실상 2028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이 씨는 올 초까지 새마을금고중앙회 부회장도 지냈다.

옥봉새마을금고는 2014년 12월 9일 봉수새마을금고와 합병하고 ‘참좋은새마을금고’로 이름을 바꿨다. 이곳 이사장은 2014년 3월부터 새마을금고중앙회 이사인 김선덕 씨다. 김 이사장은 참좋은새마을금고에서 12년째 이사장으로 근무 중이다. 김 이사장 역시 합병 후 과거 연임 제한이 사라졌다. 법적인 걸림돌이 사라져 2028년까지 직(職)을 지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이 ‘종신 이사장’을 위한 꼼수로 신설합병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흡수합병은 기존 금고가 그대로 유지돼 이사장 연임 제한 규정이 적용된다. 반면 신설합병은 기존 연임 제한 적용 없이 이사장 임기를 처음부터 계산한다. 게다가 이들은 모두 새마을금고 감독기관인 새마을금고중앙회 임원을 지낼 때 인수합병을 했다. 각 지역 금고를 관리·감독하는 중앙회 임원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의 소지가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각 금고의 자유로운 경영 판단이라며 뒤로 빠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합병은 자산규모와 재무 건전성, 향후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대외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경제권과 생활권을 중심으로 하는 금고 간의 합병을 원칙으로 한다”며 “합병은 각 금고 간 자율적인 의사에 따라 하고 중앙회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각 금고를 줄여나가기 위해 인수·합병을 권장하고 있지만 이렇게 이사장 임기 연장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향후 의견 수렴을 통해 탈법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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